갈수록 노골화되는 일본의 우경화가 일본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ㆍ중국 등 인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망언을 쏟아내고 국제적으로 민감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추진할 경우 불매운동ㆍ무역보복ㆍ관광축소 등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지난해 12월 중의원(하원) 선거에 이어 올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도 아베 신조 총리의 자민당이 승리하자 불안한 시선으로 일본을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설화(舌禍) 트라우마'에 시달린 인접국 입장에서는 아베 천하가 된 상황에서 영토ㆍ침략전쟁ㆍ헌법개정 등과 관련한 망언의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도 세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주변국을 자극하는 일본의 우경화는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임이 분명하다. 실제 지난해 중국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국유화에 앙심을 품고 일본 제품에 대한 통관검사를 강화하고 자국 내 반일시위를 방관하기도 했다.
만약 선거에서 승리한 기세를 업고 아베 정권이 노골적으로 나올 경우 한국ㆍ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반발을 초래할 것임이 분명하다. 또 미국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아베 정권이 유화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아베 총리를 비롯해 아소 다로 부총리 등 정권의 핵심 성향은 기본적으로 강성이고 보수지만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목표를 위해서라도 극우발언의 수위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하고 싶은 것과 현실에서 실제로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아베 정권 입장에서는 중국 등 인접 국가를 잘못 건드리면 실제적인 보복조치, 관광객 축소 등으로 경제회복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아베가 가장 신뢰하는 우방인 미국도 달가워하지 않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 국내 대기업 도쿄주재원도 "아베가 지난해 우경화 발언을 많이 쏟아냈는데 정권의 기반이 불안정하다 보니 우경화 발언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며 "이제 안정적인 정권운영이 가능해진 만큼 경제성장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정권의 속성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닌 만큼 유화 제스처 속에서도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한 움직임 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