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또 말바꾼 말레이 정부

"ACARS 중단시점 알 수 없다" 조종사 개입 여부도 원점으로

실종기 행방 여전히 추측만 무성

말레이시아 당국이 말레이시아 항공기(편명 MH370) 실종과 관련해 조종사들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해온 핵심 정황을 또다시 번복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갈지자' 행보에 대해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실종기의 행방은 여전히 추측만 무성하다.

아흐마드 자우하리 야햐 말레이시아항공 최고경영자(CEO)는 17일(이하 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운항정보교신 시스템(ACARS)의 작동중단 시점을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 "파리크 압둘 하미드(27) 부기장이 지상 관제탑에 마지막 무선을 보냈던 시점까지 ACARS가 작동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ACARS의 주요 기능이 꺼진 상태에서 부기장이 마지막 교신을 보냈다는 당국의 기존 발표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이로써 조종사들이 고의적으로 항공기 실종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한결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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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그러나 말레이시아 당국과 항공 전문가들이 여전히 조종사들의 고의적 행동에 의한 테러 및 사고 가능성에 큰 무게를 싣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날 "실종기의 항로전환이 조종석 컴퓨터에서 이뤄진 것 같다"는 미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조종사들의 개입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실종기는 서쪽으로 항로를 전환한 뒤에도 수동조정이 아니라 자동운항 프로그램(Flight Management System)에 따라 움직였다. 이를 위해서는 누군가 중간에 두 조종사의 무릎 높이 사이에 위치한 FMS를 열고 변경 버튼을 누른 뒤 7~8회 이상 새로운 운항 코드를 입력해야만 한다. 이는 사전에 입력된 비행계획을 토대로 움직이는 통상적 비행상황과 크게 다른 것으로 운항지점들의 코드명과 해당 보잉 기종의 프로그램 작동요령, 비행항로에 대한 전문지식 등을 갖춘 사람만 가능하다.

NYT는 "승객 중 누군가가 조종석에 들어와 프로그램을 변경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이 같은 수고를 감수하는 일은) 통상적인 항공기 자살 시도나 고의충돌에서 본 적이 없는 사례"라며 여전히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NYT의 이 같은 분석은 사고기가 민간 레이더에서 사라진 이륙 이후 40분 시점과 군사용 레이더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1시간34분 사이에 서쪽으로 항로를 변경했다는 당국의 기존 발표에 근거한 것이다.

한편 실종기의 주요 정보들을 발표 이후 번복해온 말레이시아 당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확대되고 있다. 앞서 중국은 "실종 1주일 만에야 중요 정보를 공개한 것은 직무태만 또는 정보공유 거부나 마찬가지"라고 일침을 놓았다. 수색 관련 정보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인도양 수색의 핵심 역할을 해온 인도는 더 정확한 정보를 받을 때까지 수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도 수색범위가 너무 넓다면서 선박 수색을 중단하고 항공기 수색만 계속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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