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체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추진중인 가교회사 공동설립이 무산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의 자율 구조조정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2일 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인천제철·동국제강·강원산업·한국철강 등 전기로 4개사는 생산시설 감축과 부실기업 설비정리를 위한 공동투자 가교회사 설립에 합의, 작업을 벌여왔으나 참여기업간 이견과 부실기업 채권은행의 반대에 따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분율을 둘러싼 마찰= 가교회사 설립의 가장 큰 목표는 각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노후설비 폐기다. 가교회사는 이들의 노후설비(전체의 25~30%)를 사들여 폐기하거나 해외에 수출하는 일을 맡는다. 참여기업들은 이를 위해 지난 9월 가교회사 공동설립 실무추진반(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지분율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가교회사 지분율을 둘러싸고 「생산규모에 따라 지분율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노후설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더 내야 한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지난달 23~24일까지 작성될 예정이었던 「가교회사 설립 및 부실기업인수 타당성 검토 보고서」 작업이 진통을 겪으면서 지연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가교회사 설립방안이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철강업계는 1차로 철근 및 형강 등 전기로부문에 대한 설비능력 조정을 마친 뒤 냉연강판과 특수강 및 강관 등 나머지 공급과잉 부문에 대한 2차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었다.
◇채권은행단의 반대= 철강기업들은 부도난 철강업체 3개사의 설비를 가교회사를 통해 인수하기 위해 채권은행들과 접촉하고 있지만, 가격을 둘러싼 양측간의 시각차로 협상이 겉돌고 있다.
은행들은 『채권액의 절반도 안되는 값에는 설비를 팔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철강업체들은 ㈜한보 부산제강소의 설비를 공동인수하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중인 법정관리절차를 폐지하고 이 회사를 파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잇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가교회사 설립이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다고 해도 채권은행단의 반대가 또다른 걸립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국 전기로 4개사가 추진중인 가교회사는 자본금 분담을 둘러싼 기업간 마찰 및 채권은행단과의 입장 차이가 해소되지 않는 한 설립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한상복·김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