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OECD 가입 이후(사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비준 동의안이 곡절끝에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우리나라가 29번째 회원국이 되게 됐다. 부자나라들의 클럽에 가입했다는 자긍심보다 무거운 우려의 마음이 앞선다. 아직 선진국이 아니면서도 개도국 대우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개방의 문을 활짝 열고 무한경쟁속으로 자원해서 뛰어드는데 따르는 충격과 부작용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크기 때문이다.더욱이 시기도 좋지 않아 그같은 우려를 더욱 깊게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렵다. 경쟁력은 후퇴했고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2백억달러, 외채가 1천억달러에 이를 전망인데다 부자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과소비병이 깊어져가고 있다. 이러한 때 대책없이 개방속도가 가속되면 멕시코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또 대선을 앞두고 있다.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기승을 부리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아도 치적과시용으로 OECD에 서둘러 가입했다는 비판이 없지 않은데 대책은 소홀히 한채 정치에 이용될 경우 한국경제가 절단날 것이라는 그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OECD가입이 곧 선진국을 의미하거나 보장해주지 않는다. 다만 우리 경제개혁의 새로운 시작의 계기일 뿐이다. 이제는 우리의 할 나름에 달렸다. 그동안 도약의 발목을 걸고 있던 제도와 의식의 개혁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OECD가입은 우리의 낡은 제도와 의식을 선진국수준으로 전환할 것을 전제한다. 지금의 시장경제도 과거 여러차례의 외압에 의해 점진되어 왔다. 스스로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 충격에 수동적으로 이끌려 왔던 것이다. 이번 OECD가입도 수세적이나마 스스로 못해온 경제개혁과 시장경제 체제 정립의 계기가 될것으로 기대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정부의 실현과 규제가 철폐되어야 한다. 정부 독점의 폐해를 과감히 개선, 민간 자율과 협의가 살아나도록 내부 개방이 중요하다. 정부 역할의 축소와 함께 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이 보장돼야 한다. 공정 경쟁 질서의 확립과 유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과속개방은 취약한 우리 경제체질로서는 위험하다. 우리 형편과 경쟁력 수준에 맞는 개방이 요구되지만 특히 금융 자본시장의 개방은 신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개방이전에 경쟁력 강화책이 앞서야 할 것이다. OECD가입이 후회로 이어져서는 안될 일이다. 심각한 우려를 뿌리치고 서둘러 가입을 추진한 정부는 실패의 핑계거리가 없어졌다. 기업도 정부에 기댈 거리가 없어졌다. 오직 경쟁력만이 버팀목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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