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여름대로의 맛이 있고 겨울은 또 겨울대로의 멋이 있다. 물론 봄·가을은 더 말할 나위 없지만 일단 그린은 푸르러야 하고 경관 또한 아름다워야 제멋일 것이다.가끔 즐기는 주말 골퍼로서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게 그 이상의 골프의 맛과 멋을 느끼곤 한다. 역시 최고의 맛은 동반자와의 즐거운 대화일 것이다. 그리고 열·냉탕의 온몸풀기와 시원한 생맥주잔의 부딪침과 목축이기, 또한 곳곳의 특미 맛보기의 즐거움은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J 골프장 주변의 붕어찜을 가끔 즐긴다.
몇 년전 뉴질랜드를 방문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보다 넓은 면적에 인구는 400만명도 안된다. 그것도 오클랜드에만 150만명이 살고 있어 나머지 땅은 그야말로 텅텅 빈 천혜의 자연경관 그대로 아름다운 나라다.
특히 남섬의 퀸즈타운 주변 경관은 가위 지상낙원이다. 호수, 협곡, 만년설, 계곡 등등…. 이런 경관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물어물어 M골프장을 찾아갔다. 40이 넘어 시작한 골프라서 연륜은 짧지만 그 기억은 항상 나를 즐겁게 한다.
멀리 병풍처럼 둘러쳐진 만년설과 이른 봄 기운의 상긋함. 어디서나 느낄 수 없는 너무너무 깨끗한 청량한 공기. 너무도 아름다운 자연에 도취되어 꿈속의 라운드를 즐긴 적이 있다. 모든 것을 빌려 사용했지만 가격도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쌌고, 방문객도 많지 않아 전동카로 이곳저곳 다니며, 골프를 치는 것인지 나들이를 온 것인지 모를 정도로 여유를 즐겼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하늘이 그렇게 높고 푸를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푸른 창공에 조그만 하얀 볼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모습은 잊혀지지 않는 순수함으로 마음에 담고 있다. 가끔 답답한 마음이 들 때는 그 때를 떠올리곤한다. 그리고 경주보문CC 15번 홀의 홀인원의 기억, 너무도 복잡한 주변 삶의 환경 속에 가끔은 즐길 수 있는 골프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어 그저 감사할 뿐이다.
김기윤 ㈜맨파워코리아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