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속도로 해외자원을 집어 삼키던 중국의 공격적인 인수행보가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그 동안 앞뒤 안 가리고 해외 자원 확보에 열을 올렸지만 막상 인수 후 운영에 차질을 빚는가 하면 리비아 사태와 같은 돌발 변수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공격적인 '사재기'가 부메랑이 되어 발목을 잡기 시작하면서 중국 국영기업들은 최근 들어 기존 인수계획에서 아예 발을 빼는가 하면 이미 확보한 자원개발 권리에 대해서도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생산을 유보하는 등 잔뜩 몸을 사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의 투자컨설팅업체인 차이나벤처투중집단을 인용, 올 상반기 중국 국영기업들이 사들인 해외자원이 총 159억달러 규모로 전년동기대비 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보도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인수금액이 전년대비 3배나 늘어났던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이는 감독당국이 지난 7월부터 국영기업의 해외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데다, 기업들 스스로도 대규모 자원 인수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대로 사전조사도 거치지 않고 무턱대고 자원을 사들였다가 운영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발생하자 기업들이 수익성이 안 좋을 것 같은 인수에서 몸을 사리거나 아예 인수계획을 철회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지난 16일 중국 시노펙그룹은 호주의 석유업체 AED오일로부터 지분 60%를 인수한 티모르해 해저유전의 운영이 부진한 상태임을 시인했다. 2008년에 6억 호주달러, 미화로 6억3,000만달러를 주고 인수했지만 조업을 담당하는 노르웨이 업체와의 대립으로 2009년부터 생산이 사실상 정체돼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정세불안에 시달리는 리비아에 확보한 유전에서는 막대한 손실이 쌓이고 있다.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등이 보유한 리비아 유전에서 개발 및 생산이 중단되는 바람에 발생하는 손실은 관련 인프라 개발사업까지 포함해 총 400억 위안(62억6,000만달러 상당)에 달할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CNPC는 이 밖에 프랑스 석유업체로부터 47억달러에 사들인 이란 남부 팔스지역의 가스전의 채굴작업도 계속 유보하고 있다. 수익성과 리스크를 모두 감안할 때 굳이 생산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거액을 들여 사들인 해외 자원이 기대한 만큼의 수익을 안겨주지 못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자 최근에는 국영기업들이 당초 계획했던 인수 안건에서 발을 빼는 사례도 잦아졌다. CNPC가 약 55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의 천연가스 권익을 인수하려다 채산이 안 맞다는 이유로 계획을 백지화시켰으며, 중국의 국영원자력발전업체인 광동핵전집단은 아프리카 우라늄 개발권을 보유한 영국업체를 12억4,000만달러 가량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우라늄 가격이 급락하자 서둘러 인수제안을 철회했다. 중국오광집단도 호주의 동광산개발업체에 대해 64억달러 규모의 인수제안을 냈지만 캐나다업체와 경쟁이 붙자 곧바로 발을 뺐다. 다만 고성장에 따른 자원 부족 때문에 중국의 해외자원 인수가 급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 기업들이 앞으로는 리스크 부담이 큰 대규모 인수 대신 서구기업들과 손을 잡고 지분참여 형태로 인수에 나서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