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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인 실태조사를 위해 서울 성동구의 수제화 갑피를 만드는 곳에 갔을 때 지하 좁은 곳에서 다섯 업체가 함께 일하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다들 종업원도 없이 부부가 둘이 작업을 하고 있었고 아침 7시부터 10시까지 계속 일한다고 했습니다. 정말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2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소상공인진흥원 서울교육센터에서 만난 이용두(59·사진) 소상공인진흥원장은 소공인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부터 드러냈다. 그는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일하는 소공인들을 왜 진작 지원해 주지 못했을까 생각했다"며 "앞으로 이 분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소상공인진흥원의 2012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공인은 27만여개의 사업체와 85만명의 종사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연매출액은 대부분 1억원 미만이고 평균연령은 48세에 이른다. 소공인들은 자금 부족, 판로 확보 문제, 인력 부족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어 왔지만 최근까지도 정부 정책에서 소외돼 왔다.
이 원장은 "소공인 중 수제화, 봉제 업종은 규모가 작은 제조업이다 보니 이제까지 정부 지원 대상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며 "1997년 소기업소상공인특별조치법이 만들어 졌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교육과 컨설팅 위주의 지원이 거의 전부였다"고 털어놨다.
소공인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다. 지난해 주조ㆍ금형 등 뿌리산업에 대한 지원책이 만들어졌고 봉제ㆍ인쇄ㆍ제화 등 업종은 올해부터 특화지원센터를 통해 지원을 시작했다.
이 원장은 "실태조사를 통해 보니 직접지구가 많고, 이들을 지원하게 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 판단해 올해부터 예산을 마련해 돕게 됐다"며 "특화지원센터를 통해 공동이용장비, 공동마케팅, 기능인력 양성 등 사업을 집중 지원 중"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국가 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소공인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동 수제화의 경우 기술력이 상당해 이탈리아에 OEM 납품하는 업체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수준 높은 기술력을 갖춘 소공인들이 어엿한 중소, 중견기업 커 갈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값싼 봉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봉제 분야 소공인들이 없어지면 소비자들도 피해를 보게 되는 만큼 수요층이 있다면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게 맞다"고 역설했다.
지원 사업을 펼친 지 얼마 안됐지만 이 원장은 벌써 소공인들의 의식구조가 변하고 있다며 뿌듯해 했다. 그는 "소공인들이 정부 지원에서 소외돼 있다가 자신들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는 것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다"며 "정부가 지원해 줄 때 우리도 경쟁력을 키우고 살 궁리를 해보자는 의지가 그들에게 생겨나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이와 관련, 중기청과 소상공인진흥원은 앞으로 직접지구, 협업 등 성과가 나올 수 있는 부문에 대해 중점 지원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올해 처음이라 앞으로 나오는 성과를 보고 판단해야겠지만 지원 정책이 직접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밀집된 지역에서 다 같이 이용할 수 있는 수억원대 공동장비 마련, 판로 확보를 위한 공동판매장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소공인에 대한 지원은 늘리되 소공인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원에만 의존하고 기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소공인들이 정부 지원을 밑거름으로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며 성장해나가야 한다"며 "소공인들이 적극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서로 정보 공유, 협업 등을 통해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