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003550)그룹이 디스플레이 구동칩 설계업체인 실리콘웍스(108320)를 인수한 것은 중장기 신규 성장 동력인 자동차 전자장비화(전장화)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LG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어 실리콘웍스의 최대주주인 코멧네트워크가 갖고 있는 지분 16.52%와 LG디스플레이가 보유한 지분 2.89% 등을 각각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LG는 기업결합 승인절차를 거쳐 실리콘웍스를 계열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은 26일 보고서를 통해 "LG그룹은 실리콘웍스의 주력 사업인 디스플레이 부문보다는 자동차용 센서 등 신규 사업에 가치를 두고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기존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은 관련 시장의 성장 둔화와 제품 단가 인하로 실적 개선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양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LG그룹의 경우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LG이노텍은 전장 부품, LG화학은 배터리에 주력하는 식으로 전사 차원에서 자동차 전장화 사업에 관심이 많다"며 "실리콘웍스는 주요 전장 부품의 기능을 제어하는 반도체 설계 능력과 자동차용 센서 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에 LG그룹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전장화는 자동차와 전기·전자,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결합을 의미한다. 정보기술(IT) 기능을 갖춘 자동차는 스스로 주차를 하거나 차선 이탈시 자동으로 경고하는 등 스마트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실리콘웍스 역시 이번 LG그룹으로의 편입을 토대로 신규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디스플레이 관련 반도체 칩 설계에 집중돼 있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LG그룹 내 핵심반도체 업체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앞서 시장에서는 애플 아이패드 성장성 둔화와 제품 단가 하락으로 실리콘웍스의 전체 매출에서 8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드라이버IC 부문에 대한 우려가 컸으며 신규 사업의 성과도 미미했다"며 "이번에 LG로의 계열 편입을 통해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LG그룹 편입에 따른 단기적인 펀더멘털 변화는 제한적인 만큼 그룹 차원의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될 때까지 조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그룹 내 계열사와의 협력을 통한 성장성 확보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새로운 제품 개발이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렵다"며 "아이패드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가시화하는 시점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