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노조 파업을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에는 엄청난 타격일 것이다. 파업이 능사(能事)가 아니며, 여론의 지지가 없는 파업은 실패하게 마련이라는 교훈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어제(26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던 한국통신이 동참률(同參率)을 들어 이를 유보한 것 자체가 바로 그렇다. 특히 한국통신은 노조원이 4만2,000명으로 단위노조로서는 국내 최대규모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사실 이번 지하철노조는 파업으로 자충수(自充手)를 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울지하철은 공사(公社)부채가 2조8,000억원에, 운영수지 적자만도 연간 3,500억원에 달한다. 매일 1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민간기업 같으면 당장 퇴출대상이지만 시민의 발이자, 공기업이라는 툭수성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결국 적자는 시민들이 세금으로 보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무한정 세금에 만 의존할 수는 없다. 자력으로 줄일 수 있는 부문은 줄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하철노조는 구조조정을 거부, 거꾸로 증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임금삭감도 안된다, 인원감축도 안된다는 식이다. 지금 길거리에는 기업 등에서 퇴출된 200만명에 가까운 실업자가 넘치고 있다. 그들은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었다.
적자투성이의 공기업인 지하철노조만이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억지다. 시민들이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이번만은 불법파업을 응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공감대가 형성된 까닭이다. 지하철노조가 어느새 기득권 세력이 된 것이다. 여느면 정치투쟁으로 성격이 변모해 가고 있다.
정부는 지하철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때부터 엄정 대처를 선언했다. 어제 열린 국무총리 주재의 노동관계 장관 회의에서도 불법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재확인 했다. 정부의 이같은 의지가 흔들려서는 안된다. 이번에는 노조지도부에 대해서 민·형사상 책임을 꼭 물어야 한다.
또 직장을 이유없이 이탈한 노조원들에 대해서도 직권면직 등 사규(社規)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차제에 법의 존엄성, 형평성을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다. 예전처럼 흐지부지 끝내서는 건전한 노사문화의 정착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