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차이나 리포트] 위안화 가치 오르는데 물가도 급등… 기형적 경제성장에 서민·중기 골병

경상수지 흑자로 겉으론 통화 절상 이어가지만<br>안에서는 화폐공급 늘어 구매가치 갈수록 하락<br>체감-지표물가 괴리 커지고 수출기업 경쟁력 뚝

중국의 위안화 구매가치가 8년사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며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베이징에 위치한 한 마트를 찾은 주부가 오른 쌀값에 봉지쌀을 고르고 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위안화는 중국인에게 사죄해야 합니다"

전세계의 눈이 시진핑의 개혁 청사진이 발표되는 중국 공산당 18기중앙위원회 3차전체회의(3중전회)에 쏠려 있을 지난 11일 중국 관영언론 CCTV의 길거리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다. 리포트가 "가장 관심 있는 개혁분야가 뭡니까"라는 질문에 한 시민은 100위안짜리 인민폐를 꺼내들며 "3중전회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병원비, 집값 등 물가가 너무 올라 100위안으로는 살게 없다"고 말했다. CCTV의 인터뷰가 나간 후 신경보는 지난 몇 년간 잘못된 통화정책과 경제성장구조가 시민들의 입을 통해 나왔다고 지적했다.


중국인들이 물가 상승과 기형적인 경제성장에 한숨을 토해내고 있다. 지표상으로 보면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2.6%로 안정적이지만 실제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훨씬 높다. 중국내에서 위안화 구매 가치가 떨어지며 서민들이 고생을 한다면 수출기업들은 위안화 가치가 너무 올랐다고 울상이다. 올 들어 급등한 위안화 가치는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며 중소 제조업 공백상황까지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 후리파 양저우대 교수는 "3중전회가 각종 개혁 방안을 내놨다고 하지만 중국인들은 더 이상 제살을 깎아 먹는 개혁을 바라지 않는다"며 "당장 눈앞에 닥친 화폐가치의 이중성은 중국인들의 소외감을 더 크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넘치는 통화량 위안화 구매가치 떨어뜨려=신경보의 조사에 따르면 2005년 1근에 1.9위안이던 쌀값은 올해 3.3위안으로 42.4% 올랐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의 CPI상승률은 9.2%에 불과하다. 식품, 주거, 전기 등 필수재의 가격 상승률이 높다 보니 체감물가와 지표물가의 괴리가 그 만큼 심하다는 것이다. 주간지 '이재'는 당시 몇 십 위안하던 의복이 지금은 거의 1,000 위안이 됐고, 1㎡당 수천 위안이던 부동산가격이 폭등해 지금은 3만~4만 위안이라며 8년간 위안화의 가치는 1/5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또 임금이 물가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지난 8년동안 물가 상승률은 9.2%지만 농민공들의 공급과잉으로 전체 임금 상승률은 3% 정도에 그치고 있다.


통화량 급증도 중국내 위안화의 구매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올들어 10월까지 중국의 화폐공급액은 100조위안을 이미 넘어섰다. 전 세계 화폐공급량의 1/4을 차지한다. 신경보는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인민은행이 달러를 흡수하는 동시에 인민폐를 발행해 통화량을 늘리는 것은 결국 국내 위안화 구매 가치를 떨어뜨리고 중국인들에게는 일종의 채무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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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 매체들은 중국의 과다한 화폐발행이 돈 있는 사람은 금융 레버리지를 통해 계속 부를 확장했고 가난한 사람들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부익부빈익빈을 초래했다. 기형적인 발전구조를 만들어낸 셈이다.

◇중소수출기업 이익률 2%에 불과=안에서는 내리고 밖에서는 오르는 위안화가치는 중국 중소기업들을 고사상태에 빠지게 하고 있다. 물가 상승에 따르는 임금인상 상승 요구가 강해지고 있지만 점점 커지는 영업이익률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수출 기업의 이윤율이 2%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위안화 가치가 실질적으로 4%대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이윤율은 마이너스대로 진입할 수 밖에 없다. .

광저우에 위치한 전자부품 업체의 사장인 딩쉐신은 최근 공장문을 닫았다. 딩 사장은 지방 언론과 인턴뷰에서 "100만 위안어치를 팔면 1,000위안이 남을까 말까 할 정도"라며 "인근의 대기업들이 임금을 월 4,000위안이상 주고 있어 인력 구하기도 어려워 더 이상 공장을 돌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남아 있는 설비를 팔아 밀린 임금을 해결해야 아무 탈 없이 폐업이라도 할 수 있지만 딩 사장에게는 이 역시 만만치 않다. 같은 공단에 있는 의류제조수출업체 관계자는 1억 위안어치를 생산해도 이윤이 10만~20만 위안에 불과하다며 1달러당 6.1 위안 이하로 떨어질 경우 공장을 돌릴 때 마다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위안화 가치 상승은 수출에만 의존하는 중국 중소기업들에 직격탄이다. 위안화 가치가 오를수록 수출가격도 올라 경쟁력을 잃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으로 수입하는 원자재 등의 가격은 소폭 내리지만 인건비 급등과 원자재 가격 상승폭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평가 절상 여파는 특히 단순 가공업 분야와 장기 주문을 수주한 업체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기형적 경제구조, 사회불만으로=중국 서민과 중소기업들이 위안화의 이중적 가치에 힘겨운 상황은 사회불만으로 확대되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밖에선 오르고 안에서 내리는 상황으로 이득을 보는 세력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베이징 시사연구가인 화포는 "중국내 특수계층들은 국내 물가를 끊임없이 올려서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고, 가치가 하락한 위안화를 쓸어 담은 후 유리한 조건으로 미국 달러화와 교환해 외국으로 빼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포는 "지금까지 개혁개방 정책이 소위 말하는 쌍규제(서로 모순되는 두 제도를 병행하는 것)를 기반으로 진행됐다면 이제는 이익을 일반 서민에게 돌려주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중전회 이후 중국의 구체적인 개혁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000자에 이르는 문건에 강한 개혁의 내용을 담았다고 중국 공산당이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직접 피부에 닿는 개혁안을 기대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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