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금통위원의 블랙 스완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명구로 유명한 로마의 풍자시인 유베날리스는 AD 82년께 '착한 사람은 검은 백조만큼이나 드물다'라는 비유를 남겼다.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블랙 스완(Black Swan)에 대한 기록은 이때가 처음이다. 유럽, 특히 영국에서는 불가능을 상징하는 관용어로 널리 쓰였다. 1697년 네덜란드 빌렘 탐험대가 서부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 마을에서 검은 고니를 발견하기 전까지만.


△고니의 깃털은 하얀색뿐이라는 수천년 간의 관찰은 사실이었어도 믿음은 진실이 아니었다는 점은 확신과 오류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낳았다. 단어의 용법도 바뀌었다. 존 스튜어트 밀에 의해 블랙 스완은 '논리적 오류'를 상징하는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 미처 몰랐던 검은 존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는 1878년 볼쇼이 극장에서 초연된 '백조의 호수'에서 주역 발레리나에게 아름답고 순결한 백조와 사악하고 요염한 흑조의 1인 2역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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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블랙 스완의 의미는 가능성이 낮아도 일단 터지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뜻으로 쓰인다. 이를 정착시킨 주인공은 레바논계 미국인 나심 탈레브(53). 찬사와 극단적 비난을 동시에 받는 투자분석가이자 통계학교수인 그는 2004년 출간한 '우연에 속지 마라'를 통해 블랙 스완 이론을 처음 내세웠다. 명저 '블랙 스완(2007년)'을 내고도 주목 받지 못한 그의 이론은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글로벌 위기를 예견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졌다.

△대형 투자은행들도 가끔 블랙 스완 보고서를 발표한다. 가능성은 낮지만 로또에 당첨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예측을 발표하는 것이다. '그리스에서 국가 채무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 유전이 발견된다'는 도이체방크의 보고서가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앤 캐리 트레이드와 방사능유출에 따라 일본 경제에 블랙 스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요지의 분석을 내놓았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적절한 표현인지 의문이다. 증시분석가라면 모르되 금통위원이 어디 로또식 전망을 하는 자리인가./권홍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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