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정자동에 문을 연 '정자역 엠코헤리츠' 오피스텔 모델하우스에는 지난 주말 몰려드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근에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다수 입주해 있어 임대수요가 풍부한데다 신분당선 개통으로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개선돼 투자 가치가 높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청약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실수요자나 임대수입을 얻으려는 투자자 외에도 분양권 전매를 통해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가 대거 유입되면서 '묻지마 청약'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광명시에서 왔다는 김모(53ㆍ여)씨는 "얼마전 부산 해운대 오피스텔에 청약했다 떨어졌다"면서 "5개를 청약해 당첨되면 분양권을 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불붙은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 불길이 분당신도시 정자동으로 옮겨 붙었다. '분당의 강남'으로 불리우는 정자동에는 지난 2004년 '인텔리지' 입주를 마지막으로 오피스텔 분양이 끊겼다가 2010년말 대우건설이 '푸르지오시티'를 내놓으면서 공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신분당선이 개통된 후 오피스텔 신규 분양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2~3일 청약을 받는 정자역 엠코헤리츠(1,231실)를 비롯해 다음 달 '정자동 3차 푸르지오 시티(1,590실)'와 '정자파라곤Ⅱ(510실)' 등 3,330여실이 공급된다. 앞서 공급된 1.2차 푸르지오시티를 합할 경우 오는 2015년 초까지 새로 입주하는 오피스텔 물량이 4,800여실에 달한다. 2004년까지 공급된 기존 정자동 일대 오피스텔 5,571실의 약 86%에 해당하는 물량이 2년 새 한꺼번에 공급되는 셈이다.
정자동에서 이처럼 오피스텔 분양이 줄을 잇는 것은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용도결정이 늦어져 매각이 지연됐던 상업용지 10필지를 내놓으면서부터다. 분당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우는 분당경찰서 인근에 대규모 오피스텔 용지가 나오자 건설사와 시행사가 앞다퉈 구입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강남역까지 16분대에 도달할 수 있는 신분당선이 개통하면서 정자역 일대가 최대 수혜지역으로 떠올랐다.
신분당선 개통으로 사실상 강남권에 편입된 정자역 주변 주변 오피스텔은 3.3㎡당 100만원 가량 올랐다 올 들어 다소 조정된 상태다. 2억원 미만에 거래됐던 대림아크로텔 33㎡(전용면적 기준)는 연초 2억2,000만원을 호가하다 현재는 2억~2억1,000만원선을 형성하고 있다. 임대조건도 33㎡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90만원 수준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빈 방을 찾기 힘들다.
이지역 H공인 관계자는 "정자역 일대에 NHN과 SK C&C 등 IT기업이 많아 임대수요가 풍부한데다 신분당선 개통으로 강남권 오피스텔에 거주하던 직장인까지 상대적으로 월세가 저렴한 분당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임대 수익과 중장기적인 시세 차익을 겨냥해 오피스텔을 분양받는 투자자 보다 분양권 전매를 통해 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묻지마 청약'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피스텔은 군(群)이나 타입별로 복수 청약이 가능해 경쟁률이 치솟는 반면 분양권 전매 등으로 실제 계약률이 공급 물량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엠코헤리츠 모델하우스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 중에서는 자녀와 친척 등의 명의로 사전구매의향서를 4~5장 써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강남보금자리 오피스텔도 분양권 프리미엄이 300만~400만원 정도에 불과한데 양도소득세 등 세금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면서 "분양권 전매자가 다수를 이룰 경우 프리미엄이 붙었다가도 금세 꺼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대수입을 얻으려는 실투자자는 입지나 배후수요, 향후 주택가치 상승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청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