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최동훈 감독 "흥행기록 경신 예측 안해… 파도에 몸 맡길 것"

■ 도둑들 1,000만 관객 향해 질주<br>글 쓸 땐 다중인격자 되려 노력 촌철살인 같은 말은 항상 메모<br>하고픈 얘기 말 되는지 검토할때 국문학 전공·책 읽은게 큰 도움


영화 '도둑들'을 연출한 최동훈(40ㆍ사진) 감독은 "담배 한 대만 피우고 인터뷰를 시작하자"고 양해를 구했다. 충무로 최고로 평가 받는 '마이다스의 손'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수줍어 보였다. 그가 메가폰을 잡은 도둑들은 지난 6일 관객 727만 명을 돌파하면서 기존의 올 최고 흥행 영화였던 '어벤져스'의 기록 706만 명을 가볍게 돌파했다. 그리고 1,000만 명이라는 새로운 고지를 향해 발길을 내디뎠다. 도둑들로 관객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훔치며 충무로 최고의 흥행 메이커임을 확인시킨 최 감독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또 도둑들의 1,000만 돌파 가능성, 수익성 분석도 해봤다. /편집자주

-'도둑들'은 출연진의 연령대별 스펙트럼이 넓어서 다양한 관객층을 끌어들이는 같더라. 의도된 것인가.


" 그렇게 까지 복잡하게 계산하지는 않았다. 시나리오에 집중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더라. 그런 것까지 계획을 하면 대본 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장모님이 일흔이 넘으신 분인데 '3번 봤다'고 하시더라. 아버님도 영화광이신데 '네가 만든 영화 중 가장 본격적'이라고 하셔서 놀라기는 했다."

-오늘 700만 돌파가 확실시 된다. 작품을 만든 감독으로서 괴물의 기록을 깰 것으로 보나.

"경쟁작들이 많아서 쉽지 않을 것 같다. 예측을 가급적이면 안 하려고 한다. 별 생각 없이 파도에 몸을 맡기고 싶다."

-직접 각본까지 썼는데 대사가 아주 감각적이더라. 이를테면 '도둑이 왜 가난한 줄 아니? 비싼 거 훔쳐서 싸게 팔잖아'같은 대사는 일반인들이 쓰기 쉽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냈나.


"캐릭터 마다 대사의 느낌이 달라야 하기 때문에 대본을 쓰기란 쉽지 않다. 글 쓸 때 다중인격자가 되려고 노력한다. 대사를 쓰면서 언제나 입 밖으로 뱉어 보고 연기를 해본다. 대본을 쓸 때는 하루에 14시간 이상 일하는데 '왜 피곤한가' 생각해보니 대사를 중얼거리기 때문인 것 같더라. 사람들은 자기만의 언어방식이 있다. 그런걸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도움 된다. 사진작가, 화가, 동료감독 입에서 촌철살인 같은 말이 나오면 항상 메모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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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 이야기인데 취재는 어떻게 했나.

"못했다. 취재를 한다고 해서 좋은 소재를 건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범죄의 재구성'을 만들 때도 비슷한 사람을 만나서 술 먹은 적 밖에 없다. 예측 가능한 도둑의 모습에 뭔가를 덧붙이는 정도다. 다만 신문이나 방송에서 그런 사람들이 나오면 그 사람들의 말투를 유심히 듣는다. '왜 동사부터 내지르고, 문장을 만들까' 하는 식으로 집착한다. 진이 빠질 때까지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는 엉덩이로 쓰고 영화는 다리로 찍는 것이다."

-국문학을 전공했는데, 그 덕을 보고 있나.

"일단은 사는 게 심심하지는 않다. 책만 있으면 되니까. 내가 하려고 하는 얘기가 드라마적으로 말이 되는가를 검토할 때 책을 읽은 게 도움 된다. 영화와 소설은 다른 문제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재미없는데 계속 읽고 있을 때 계속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희열을 느낄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영화도 드라마가 굴러가다 멈출 때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액션 신을 보면서 사람들은 스펙타클을 즐기지만 전지현이나 김윤석이 벽을 타다 화면이 멈추는 순간 조용해진다. 그 것과 마찬가지다."

영화를 본 많은 여성들이 안타까워 하는 장면이 있었다. 김수현이 분장한 '잠파노'가 '예니콜'을 구하고 대신 잡혀 들어가는 대목이다. 최감독을 만나 인터뷰룰 한다고 하니 여성 관객들이 잠파노의 안부를 물어 달라고 해, 그 임무를 수행했다. 최감독의 답이 돌아왔다.

"그건 스타가 스토리를 잠식한 결과다. 잠파노역을 맡은 배우가 김수현 같은 스타가 아닌 신인배우였다면 그런 생각은 안 들었을 것이다. 그가 잘 나가는 배우여서 그런 것 같다. 스토리는 일일이 배우를 돌보면서 갈 수 없는 부분이다. 누구는 속편을 만들면 잠파노가 감옥에서 나오는 부분부터 시작할거냐고 물어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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