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최고위원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전쟁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 간 불화를 이번 사태와 빗대 소개하면서 "(그 결과) 누가 물러났는가"라고 물었다. 군 통수권자와의 마찰 끝에 물러났던 맥아더 사령관의 사례를 들며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것이 온당하다는 주장을 편 셈이다. 이 최고위원은 "이것이 순리인데 오히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가치를 위협한 것처럼 얘기가 되고 있고 신문 1면 톱, 방송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며 "저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믿고 있는 이 신념을 이번 사태가 흔들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유 전 원내대표의 발언을 비판했다.
앞서 유 원내대표는 사퇴 회견문에서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었다"며 법·정의·원칙을 언급하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비토'가 원칙과 정의에 맞지 않다고 반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태호 최고위원 역시 유 전 원내대표의 행보를 두고 "원내대표의 자리는 집권당의 실행자 자리이지 개인 정치의 자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정의고 다른 사람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기에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가 "절제하는 협조를 구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한 '묵언'"이라며 자제를 요청했지만 이들의 '입'을 막지 못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당 분란을 초래한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개인적인 비판과 함께 비박계의 대표주자 격으로 격상된 유 전 원내대표를 견제하려는 성격이 섞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비판적 발언을 한 두 최고위원은 모두 비박계로 분류되지만 이번 사태 과정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해왔다.
친박계는 안으로는 유 전 원내대표의 발언을 비판적 시각으로 보면서도 겉으로는 큰 내색 없이 침묵을 지켰다. 유 전 원내대표가 '정치적 입지'를 키우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인 만큼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친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종료된 문제를 갖고 계속 다투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어쨌든 단합해야 할 공동운명체인 만큼 그런 불씨는 묻어두고 화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의 한 측근은 "유 전 원내대표를 계속 주목 받게 두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