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민주당, 한나라당이 나란히 벤치에 앉아 있다. 한나라당이 왼쪽으로 움직여 앉자 민주당이 더욱 왼쪽으로 움직이고 급기야 민노당은 벤치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최근 정치권의 복지 논쟁을 보면서 시중에 나도는 농담 중 하나이다. 부유층에 더 많은 혜택 돌아가 중도 실용주의를 모토로 삼고 있는 정부 여당은 민주당이 사용하는 진보라는 운동장까지 자신들의 운동공간으로 넓게 사용하고 있다. 과거에 대립적이라고 생각해왔던 환경과 경제성장을 선순환적으로 이끌겠다는 녹색성장 정책이나 사회복지와 경제성장을 선순환적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은 이처럼 넓은 운동장을 사용하는 성공적인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지표들의 관계가 대립이 아닌 상호 윈윈하는 선순환적 관계로 보는 경제발전 패러다임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니 민주당마저도 벤치에서 떨어질 지경이다. 자신들이 뛰어 놀 운동장이 줄어들었으니 말이다. 이를 만회하고자 민주당은 더욱 왼쪽으로 움직인다. 정부여당의 정책에 대응하고자 민주당은 3+1(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무상복지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아마도 지난 총선에서 무상급식정책을 내놓아 재미를 봤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들이 그렇게 배척하고자 하는 부유한 계층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자는 자기 모순적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지지기반인 중산층 이하 계층에게는 상대적으로 혜택이 덜 돌아가니 말이다. 중산층 이하 대부분은 이미 이러한 혜택을 상당히 보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의 무상시리즈 정책은 이들보다 상위 소득계층이 추가적으로 혜택을 보는 소위 친부자정책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민주당의 정책에 깜짝 놀란 한나라당은 중산층을 포함하여 소득 하위 70%까지 각종 혜택을 확대하려는 '70% 복지론'을 내걸고 맞서고 있다. 여기서 정부여당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진보와 보수라는 운동장을 동시에 넓게 사용하고 있으나 공을 넣을 골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안타깝게도 너무 나아가서 어떤 족보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고 현실성도 없는 초과 이익 공유제 정책을 대ㆍ중소기업 상생정책으로 제시하기 까지 이르렀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민주당이다. 자신이 뛰어 놀던 운동장을 내주고 나니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보편적 복지의 정당성을 주장하기까지 한다. 세금을 많이 내는 재벌회장 손자가 무상교육이나 무상의료 혜택을 받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냐고 말하기까지 이르렀다. 물론 이것이 좋은 일이지만 과연 필요한가. 그리고 과연 재벌 회장님이 동의할까. 그 분들은 오히려 그 돈을 하루하루를 힘들게 사시는 어려운 분들에게 쓰이기를 바라지 않을까? 이제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사용하는 운동장으로 진출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성장을 통해 파이를 키울 것이고 그것을 가지고 자신들이 지지를 받고 싶어 하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복지를 어떻게 증대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친부자 정책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스스로 좁힐 필요가 없다. 성장과 분배가 대립이 아닌 선순환적 관계로 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인정해야 한다. 중산층 이하 복지 증대 노력을 오늘날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재원조달에 관심을 두자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이고 사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벌고 있는 400만명에 이르는 절대빈곤자들을 생각해보자. 그 중에서도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인구도 1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정으로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의 소득증대와 삶의 질 개선을 추구하는 서민정당이라고 자부하고자 한다면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욱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