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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2년 이탈리아의 뇌과학자 지아코모 리촐라티 연구팀은 사람이 견과를 옮기는 것을 본 일본원숭이 뇌에 나타나는 반응이 마치 일본원숭이가 스스로 견과를 옮길 때 나타나는 반응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여기서 지아코모 리촐라티 연구팀은 다른 이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뉴런이 인간의 뇌에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거울뉴런이라고 불렀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의 뇌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거울뉴런들은 인간으로 하여금 서로의 의도를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고 심지어 강조하게도 하는 역할을 한다. 거울뉴런은 인간이 뿌리부터 사회적 존재임을 시사하는 동시에 모방 DNA를 태초부터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모방사회'는 인간이 원래 따라 하게 돼 있는 존재라면, 모방의 장점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모방이 이뤄지는지에 대해 저명한 인류학자와 집단행동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저자들의 깊이 있는 해석이 담겨 있는 책이다.
저자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한다는 것은 고도의 적응 전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인류는 채집 시절 독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 누군가가 먹은 뒤에 따라 먹는 것은 신체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이렇듯 인간이 존재하면서부터 시작된 모방은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문명 발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저자들은 발전된 문명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똑똑한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로가 모방을 하면서 사람들의 두뇌에 각각 다른 지식들이 담기게 되고, 모방을 통해 연결된 다른 사람의 두뇌에 저장된 지식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이 사람이 모인 집단일수록 더 많은 지식이 저장되고 전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사시대 북아메리카에 활과 화살이 등장한 이후 100년 만에 대부분의 지역에서 활과 화살이 사용된 역사적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모방을 통한 지식의 공유는 멀리 떨어진 인류의 유산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 인류 문명의 발달을 가져왔다.
저자는 최근에 이뤄진 연구를 언급하며 모방을 할 때는 더 나은 것을 따라 하거나, 모방을 잘하는 사람을 따라 하거나, 성공한 개인을 따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모방이 고도의 적응 전략이라는 점에서 봤을 때 당연한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처럼 능동적인 모방만이 있는 건 아니다. 사회가 발전하고, 인간 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인간이 하는 모방에는 심지어 모방을 했는지 조차 모르게 이뤄지는 모방도 있다.
저자는 지시적 모방과 비지시적 모방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지시적 모방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따라할 때 그것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유도해서 받아들이는 것이고, 비지시적 모방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면서도 자신이 누구를 모방하는지 알지 못하는 모방을 말한다.
쉽게 말해 지시적 모방은 아마존 베스트 셀러 1위 책을 구입하는 행위,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휴대폰을 사는 행위 등 더 좋은 것이 있으면 따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지시적 모방을 이성적인 형태의 모방이라고 정의한다. 의지를 가지고 이뤄진 모방이 혁신을 이뤄내고, 혁신을 다시 모방하는 흐름을 거쳐 인류 문명이 발달됐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비지시적 모방 안에서는 무의식적으로 모방이 이뤄지기 때문에 어떤 아이디어를 베낄 지, 어떤 아이디어가 주류가 될 지 알기 어렵다.
이에 저자는 수많은 모방을 분석할 수 있는 틀인 '모방사회의 선택지도'를 제시한다. 선택지도를 통해 독자들은 집단의 크기와 선택지의 성격별로 모방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1만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