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통신 행복권 필요하다


최근 이동통신사 직원인 한 지인으로부터 안내 e메일을 받았다. 몇몇 휴대폰 요금제를 고르면 고가의 휴대폰을 공짜로 준다는 귀를 솔깃하게 하는 제안이 담겨있었다. 실적을 올려야 하는 영업맨의 절박함은 '아는 사람들에게만 귀띔해주는 것이니 남들에게는 공개하지 말라'는 당부로 에둘러 쓰여있었다.


요즘 통신업체 간 경쟁은 비장해 보이기까지 한다. LTE(롱텀에볼루션) 전쟁 탓이다. 통신업체는 물론 소비자들마저 치열한 점유율 다툼에 휘말리다 보니 가입자 400만명 돌파가 마냥 흐뭇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1년도 안 돼 가입자가 수백만명으로 늘어난 것은 통신 선진국에서도 흔한 일이 아니다. 통신망을 1년도 안 돼 전국 곳곳에 깐 것도 기네스북 등재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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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사업자와 IT(정보기술)전문가들은 한국이 차세대 세계 통신 스탠더드를 선도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너무 서둘러 간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길거리 대리점에서는 손님 의중과 상관없이 비싼 LTE폰만 권유한다. LTE를 마다할라치면 통신 변화에 뒤떨어진 '열등생'쯤으로 취급 받기 십상이다. 정부가 넘지 말라고 정한 휴대폰 보조금 상한선의 2배를 훌쩍 웃도는 판촉비들이 대리점, 판매점에 무한정 지급되기도 한다.

과열경쟁은 마케팅비용 증가와 통신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통신비용에 따른 상실감은 오히려 보수적인 소비자에 더 크게 다가온다. 스마트폰으로 갈아탄 후에도 모바일 세상의 변화에 감흥하지 못하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예전에 비해 통신비가 2, 3배 많아졌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사용료는 배로 늘어나도 만족도가 점점 떨어지는 한계효용 체감의 효과를 서비스 변화 속도가 증가하는 만큼이나 일찍 경험하고 있는 탓이다.

한계상황에 놓인 통신업계에 새로운 시장은 유일한 돌파구다. 하지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사업자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을 의사가 없으니 당국이 나서 불ㆍ편법적 보조금 지급을 막아야 한다. 관리감독 초점은 부담이 크지 않은 비용으로도 필요한 서비스를 맘껏 받을 수 있는 이른바 '통신 행복권'을 원하는 다수의 사용자에게 맞춰져야 한다. 19일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통신사 대표들과 만나 과도한 마케팅경쟁 자제를 당부했다니 사업자들의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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