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비틀거리는 브라질 경제 닮은꼴?

석유회사 OGX 파산신청 원자재 갑부 바티스타 몰락<br>원자재에만 의존한 성장… "침체 탈출 쉽지않다" 지적



한때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7위까지 올랐던 브라질의 '원자재 갑부' 아이크 바티스타(56ㆍ사진) EBX그룹 회장이 몰락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EBX그룹의 중심축인 석유회사 OGX가 남미 최대 규모의 파산신청을 했다. 바티스타는 급속히 성장하던 브라질 경제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만큼 그의 몰락은 최근 부진에 빠진 브라질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OGX는 30일(현지시간) 채권단 및 납품업체와 51억달러에 이르는 부채조정 협상이 결렬되자 리우데자네이루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파산보호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OGX는 60일 이내에 구조조정안을 마련해야 하며 채권단은 구조조정안이 제시된 후 30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정해야 한다.


이미 이달 초부터 OGX가 파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고 지난 1일 만기가 돌아온 이자 4,500만달러를 지불하지 못하면서 급히 채권단과 부채조정 협상에 들어갔다. 핌코ㆍ블랙록 등 회사채 36억달러를 보유한 해외 주주들과도 해결방안을 논의했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바티스타의 몰락은 브라질의 부진한 경제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뉴욕타임스(NYT)는 "바티스타의 흥망은 최근 2년여 동안 원자재붐에 힘입어 급속히 성장한 후 비틀거리는 브라질의 현 경제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르코 오렐리오 게라 크레디아그리콜 연구원은 "OGX의 파산으로 브라질 경제발전 모델의 허상이 드러났다"며 "원자재 시장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문제"라고 말했다.

브라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할퀴고 간 2010년에도 7.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원자재 경기가 둔화하면서 지난해에는 성장률이 0.9%에 그쳤다. 브라질 증시는 올 들어 11% 이상 하락했다. AP통신은 "일각에서는 OGX의 몰락을 브라질 경제가 쉽게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징조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OGX는 현재 자국에서 원유를 거의 생산하지 않고 있으며 채권자들의 상당수도 외국 금융회사들이라 당장 브라질 경제에 대한 직접적인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바티스타가 브라질 경제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점을 감안할 때 브라질 경제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 브라질 석유산업 분석가인 카시아 폰테스는 "브라질의 경제적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현실은 바티스타가 만든 지나친 기대심리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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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설립된 OGX는 브라질의 원자재붐과 함께 성장했다. 2008년에는 브라질 상파울루증권거래소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남미 최대 규모인 41억달러를 조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본격적으로 채굴을 시작한 유전의 생산량이 기대치를 훨씬 밑돌면서 투자자들이 떠났고 6월에는 유전개발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한해에만도 주가가 무려 95%나 떨어졌다. 브라질의 대표적 경제 칼럼니스트인 미리암 레이타오는 "사상누각을 지은 꼴"이라고 꼬집었다.

바티스타 회장도 한때 재산이 340억달러에 육박하면서 지난해 포브스가 집계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7위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1년 만에 재산의 99%가 사라지면서 브라질 국내부자 순위에서도 밀렸는데 현재 보유한 재산은 2억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전망도 밝지 않다. OGX 소액주주들은 허위정보 제공과 내부자거래 혐의로 OGX와 바티스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브라질 증권규제 당국은 공시의무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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