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경연 '적합업종 지정 후 경쟁력 약화' 보고서 4대 논란

중소업계 "통계·비교대상 오류로 객관성 떨어져"

한경연 "가장 근접한 자료 써… 유사산업도 분석"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부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가 적합업종과 일치하지 않는 통계를 근거로 했을 뿐만 아니라 적합업종이 아닌 업종 등과 비교가 미흡해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중소업계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대해 보고서를 발표한 한경연은 가장 근접한 데이터로 조사했으며, 5단위 업종 분석을 통해 이미 유사산업과 비교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앞서 이병기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적합업종 무엇이 문제인가' 한경연 주최 토론회에서 △노동생산성 증가율 △생산액 증가율 △사업체수 증가율 △수출증가율 △무역특화지수 증가율 등을 2011년 적합업종 지정 전후로 따져본뒤 증가율이 떨어진 품목이 각각 64.2%, 61.7%, 53.1%, 65.4%, 69.2%라고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이 위원은 "적합업종 제도 실시 이후 노동생산성, 생산액, 사업체수, 국제경쟁력 등 여러 측면에서 경쟁력 약화 현상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적합업종 품목의 생산액, 수출액 등이 적합업종 이후 실제 감소했다는 게 아니라 전에 비해 증가폭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양쪽의 주장을 4대 쟁점별로 정리한다.


① '광업제조업조사' 업종과 적합업종 다른데…

한경연의 '적합업종 지정 전후의 단기효과 검토' 보고서는 통계청의 광업제조업조사와 관세청의 무역통계를 기초 데이터로 했다. 이에대해 중소업계는 광업제조업조사는 적합업종 효과를 검증하는데 적합한 데이터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확하게 지정품목만 분석해야 하는데, 이 통계는 포괄적이라 적합업종 품목과 직접 매칭이 안 된다는 것.

예를들어 LED등의 경우 적합업종은 가로등, 면광원 등 7개 제품 뿐인데, 광업제조업조사는 MR형, 벌브형, PAR형 등 LED등 제품 전부가 대상이다. 또 청국장, 햄버거식빵, 맞춤양복 등 적합업종 품목이 없거나, 있어도 정확히 일치되지 않는 품목들이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적합업종은 개별품목으로 정확히 그 품목을 타겟으로 분석해야지 유사업종을 다 묶어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 데이터는 10인미만 사업장도 아예 안 나와 작은 업체들이 많은 적합업종 조사자료로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이 연구위원은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LED 특정 품목에 대해 조사를 하면 좋겠지만 통계청, 기업 데이터조차도 그렇게 정확하게 안 나온다"며 "동반성장위원회가 조사하고 분석해야 하는데 자료가 없어 가장 근접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중소기업연구원도 초기 적합업종 기준을 마련할 때 광업제조업조사를 썼고, 현재 상태로 이용 가능하고 완결성을 갖춘 데이터를 가공해 실질데이타를 내놓는다면 연구자들끼리는 뭐라 안 한다"고 덧붙였다.

② 성장둔화 비중 절반인데 무조건 경쟁력 약화?


한경연 보고서 수치를 따져보면 적합업종 시행 후 관련업종이 성장을 이어가고 수출경쟁력 등이 나아졌다는 해석도 가능한데, 한경연은 증감률 등만 내세워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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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연구원 관계자는 "5digit(표준산업분류상 5단위) 대비 성장둔화 적합업종 비중을 보면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51.9%, 생산액 증가율은 49.4%, 사업체수 증가율은 46.9%, 1사업체당 생산액 증가율은 53.1%로 절반은 나아졌고 절반은 나빠졌다는 얘기"라며 "당시 경기 사정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 "무역특화지수도 감소품목 19개에 비해 증가품목은 33개로, 이는 수입보다 수출비중이 높고, 국제경쟁력에서 비교우위가 생겨 개별품목의 수출경쟁력이 좋아졌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연구위원은 "무역특화지수는 늘어난 것도 있고 줄어든 것도 있지만 증가율이 어떻게 되냐가 중요하고, 적합업종 지정 후 수출증가율은 둔화되는 경향을 보였다"며 "적합업종 지정 정과 비교해 채택 후에 5단위와 8단위의 노동생산성, 생산액 등이 벌어졌으면 적합업종이 잘못돼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③ 적합업종 아닌 기업·업종과 비교 충분했나

아울러 중소업계는 이 보고서가 적합업종이 아닌 기업·업종과의 비교가 없어 객관성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적합업종 품목에서 노동생산성, 생산액 증가율 등이 하락했다 하더라도, 같은 기간 다른 품목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꼭 적합업종 탓이라고 볼 수 없다"며 "당시 대기업 생산액 증감액은 2011년(2010년 대비) 98조원에서 2012년(2011년 대비) 17조원, 중소제조업은 75조원에서 -9조3,000억원으로 확 떨어져 꼭 적합업종이 아니더라도 모든 산업과 업종이 경기 악화 영향을 받았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이에대해 이 연구위원은 이미 품목의 상위단계인 업종에 대해 분석을 마쳤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표준산업분류상 품목분류인 8단위의 상위단계인 5단위 업종 분석을 통해 이미 유사산업과 비교를 했다"며 "전체 산업과 비교는 의미가 없고, 두부산업은 두부를 포괄하는 식료품 산업하고 비교하는 게 의미가 있지 자동차나 반도체 산업하고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④ 노동생산성 등 평가항목 적절한가

중소기업의 수익성, 매출액 증감도 아닌 노동생산성과 사업체수 항목은 적합업종의 효과를 검증하는데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적합업종 효과를 얘기하려면 직접적으로 해당 중소업계의 수익성, 매출액을 얘기하는 게 맞다"며 "노동생산성의 경우 적합업종 해당 중소기업은 기본적으로 노동집약적 구조라 당연히 노동생산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연구위원은 "품목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곳은 광업제조업조사 밖에 없고, 여기에는 근로자수, 생산액, 출하액, 재고는 자세하게 나오지만 수익률은 안 나온다"며 "수익률은 기업데이터를 써야 하지만, 이제까지 나온 기업데이터는 한계가 있고, 적합업종에 포함된 기업들은 작은 기업들이 많아 기업데이터로는 잡히지도 않는다"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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