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이름 빼고 다 바꾼 월성1호기


지난달 월성원전 1호기 계획예방정비 때 발전소 작업복이 아닌 일반 사복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민간 환경감시기구 감시단원 등이 원전 정비 과정을 참관한 것은 필자에겐 낯선 풍경이지만 이제부터는 익숙해질 것 같다. 원전을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 주민대표가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원전을 운영하려면 과학기술적 전문성은 물론 정서적ㆍ사회적 관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 국민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까지 원전 운영을 공개하고 안전성을 납득시켜야 하며 한 치의 숨김도 없이 공개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오는 11월20일 운영 허가기간 30년이 다 되는 월성1호기에 대해 "오래된 원전은 위험하니 문을 닫는 게 좋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월성1호기는 시설 면에서 신형 원전으로 부르는 게 더 정확하다. 지난 2009년 4월부터 2011년 7월까지 27개월 동안 설비를 새 것으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원전의 핵심 시설인 압력관 380개를 모두 교체하고 두뇌에 해당하는 제어용 전산기를 바꿨으며 전기가 없어도 수소를 없앨 수 있는 수소 제어설비도 설치했다. 기술자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월성1호기는 30년 된 낡은 원전이 아니라 30개월도 채 안된 새 원전이나 다름없다. 이름만 빼고 다 바꾼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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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설비 개선은 월성1호기 노형인 중수로 원전의 종주국 캐나다에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다. 이참에 설비 개선 노하우를 수출했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다수 국민이 원전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원전 기술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반성한다.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말로 설명해 걱정을 해소시키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다양한 소통 경로로 안전성을 알리는 노력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얼마나 안전한지 많은 설명을 했지만 전달이 잘 안됐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나 전달 방식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과잉 투자라 할 만큼 안전장치를 새로 갖추고 핵심 시설ㆍ설비를 새 것으로 바꿨는데도 월성1호기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줄지 않고 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다. 월성1호기의 문은 항상 열려 있으니 노후한 원전인지 아닌지 직접 방문해 눈으로 확인해보라는 제언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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