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APEC 순방 성과와 과제(사설)

김영삼 대통령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등 8박9일동안의 동남아 순방일정을 마치고 오늘 귀국한다.김대통령은 이번 APEC회의에서 한반도의 안보상황에 대한 회원국들의 이해를 증진시키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했다. 원래 역내의 경제협력을 증진할 목적으로 창설된 APEC에서 한반도 안보문제가 주요 관심사로 제기된 것은 순전히 북한의 잠수함침투사건 때문이었다. 한반도 안보는 아태지역안보는 물론 대북 경수로지원사업이라는 남북한간의 경제협력문제에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회원국들의 폭넓은 관심을 끌었다. 김대통령은 미일중 3개국 정상과 개별접촉을 통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으며 클린턴 미국대통령과의 회담뒤에는 공동발표문을 통해 「수락할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북한에 촉구했다. 김대통령은 앞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약속이 선행되지 않으면 어떠한 대북지원도 하지않겠다고 단호한 의지를 밝혔었다. 김대통령의 그같은 발언중 「선 사과」부분이 「4자회담에서의 사과」도 수용하겠다는 쪽으로 누그러져 혼란을 빚고 있다. 한미간 이견이 여전함을 보여준 것이다. 다만 북한의 반성이 대북지원의 전제가 돼야한다는데 회원국들의 공감을 얻은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그러나 북한이 한미이간 책동을 그만둘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인데다 설령 사과를 하더라도 표현이나 대상을 놓고 한미간의 갈등은 언제든 불거질수 있다. 경제분야와 관련해서는 오는 2020년까지 완전한 역내무역자유화를 실현하기위한 마닐라실행계획을 마련했다는 점이 성과로 꼽힌다. 그동안 수차례 정상회의에서 선언적인 공동성명이나 발표하던 APEC이 다자간 경협기구로 발돋움을 시작한 것이다. 이 회의체가 회원국간의 문화 이념 개발수준등에서의 이질성을 딛고 이처럼 공동번영을 향한 실행계획을 발빠르게 마련해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2001년까지 쌀을 제외한 모든 쿼터제의 폐지, 99년까지 수입다변화정책 폐지등 14개 분야의 무역자유화 실행계획을 제시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체제에 맞춘 것이지만 우리에게는 부담이 되고 또 철저한 준비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한국은 수비크선언에서 다자무역체제의 우위성을 강조하는 문구를 넣는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데 이는 미국등 경제대국들의 쌍무협상을 통한 무역보복관행에 쐐기를 박자는 선언적인 의미가 있어 개도국 회원국들 사이에 심정적 지지가 있었음직하다. 이같은 성과와 진전에도 불구하고 APEC의 전도에는 극복해야할 장애가 많이 남아있다. 이번 회의에서 보여준 협력정신은 아직은 원칙문제에 관한 것이어서 도출이 용이했다고 볼수도 있다. 개발단계가 다른 회원국들을 상대로 벌이게 될 개별실행계획 협상은 직접적인 이해상충으로 인해 많은 난관에 부닥칠 것이다. 협력정신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대국들이 국익지상주의와 힘의 논리에 집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