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제일!’ SC제일은행의 이름에서 ‘제일은행’이라는 이름이 곧 빠지는 데 이어 국내 금융회사의 굵은 줄기를 형성했던 옛 제일은행 출신의 고위 인사들도 SC제일은행을 떠난다. SC제일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진행하고 있는 임원급 명예퇴직에 제일은행에 입사해 수십년을 몸담아온 정통 제일 출신 인사들이 대거 신청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2명의 제일은행 출신 부행장이 이번 명퇴에서 사임의사를 밝혔다. SC제일은행 직위체계를 볼 때 부행장은 총 15명으로 이들이 떠나면 옛 제일은행 출신 부행장은 한 명도 남지 않는다. 특히 이들은 얼마 남지 않은 제일은행 출신 고위 인사라는 점에서 은행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남달랐다. ‘정통 제일은행맨’의 상징이나 다름 없었다. 이 때문에 소식을 접한 행원들의 허탈감이 크다. 본점 소속의 한 행원은 “총파업으로 은행과 노조가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옛 제일은행 출신 부행장들은 보이지 않는 지원군과 같았는데 이들이 나간다고 하니 행원들 사이의 상실감이 크다”고 말했다. 부행장 외에 상무급 중에서도 이번 명퇴에 자진 퇴임 의사를 밝힌 제일은행 출신 인사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일은행 출신이 다수 포진된 16명의 지역본부장(상무급) 중 6명가량이 명퇴 의사를 밝혔다. 옛 제일은행 출신 인사가 대거 은행을 떠나게 되면 SC제일은행에서 ‘제일은행’의 색채는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SC제일은행의 고위직은 씨티은행, 글로벌 SC 등 외부 인사들이 대거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SC제일은행은 올해 말까지 사명에서 ‘제일’이라는 명칭을 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명퇴 의사를 밝힌 부행장들도 이전부터 부행장직에 올라 있던 상황으로 SC로 인수된 후 제일은행 출신이 부행장으로 승진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며 “행원을 대상으로 한 명퇴도 확대 시행될 예정이어서 은행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은행 측은 이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아직 명퇴 신청기간이 끝나지 않았고 또한 명퇴 의사가 수리될지, 반려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별달리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958년 조선저축은행에서 제일은행으로 이름을 바꿨고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인수된 후에도 ‘제일’이라는 이름을 써왔다. ‘제일’이라는 명칭은 사용 53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