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 "영어 스트레스로 자살도 업무상 재해"

해외파견을 앞두고 영어실력에 부담을 느껴 파견근무를 포기한 뒤 스트레스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기업 부장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대기업 부장 A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고통을 받다가 우울증세가 악화돼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그럼에도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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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꼼꼼하면서 자존심과 책임감이 강한 성격의 A씨는 해외파견 근무가 예정되기 전까지 정상적으로 근무했고 승진까지 했다"며 "해외파견을 앞두고 영어를 능통하게 사용해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부담감과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게 돼 급격히 우울증세가 유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08년 7월 B사의 쿠웨이트 플랜트 공사 시공팀장으로 임명돼 열흘 동안 현지출장을 다녀온 후 영어실력에 대한 부담감으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파견근무를 포기했다. 이후 부장으로 승진까지 했지만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담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같은 해 12월 회사 건물 10층 옥상에 올라가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건물 아래로 뛰어내려 숨졌다. 이후 A씨의 부인은 2010년 5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청구를 했으나 공단 측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지급 처분을 내리자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A씨가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볼 때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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