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건설업에 희망을


어릴 적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동화를 읽은 적이 있다. 작고 보잘것없는 애벌레가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에는 눈부신 노랑나비가 돼 하늘로 비상한다는 줄거리였다. 어린 마음에도 끝끝내 고난을 이겨내고 화려한 노랑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노랑나비의 눈부신 비상이 감격스러워 마음이 찡했던 감정이 지금도 가슴 한 켠에 생생하다.

작은 애벌레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이 고난을 이겨내면 눈부신 비상을 할 수있을 것이라는 희망이었을 것이다. 희망은 누구에게나 고통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준다.


요즈음 건설업계는 너나없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도 그럴 것이 4년째 지속적으로 공공공사 물량은 감소하고 있고 4ㆍ1대책 이후 반짝했던 부동산 시장은 다시 침체 기미를 보여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여기에 기대를 모으고 있는 해외건설도 저가 수주의 논란 속에서 수익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니 업체들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단적으로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의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마이너스 11.9%를 기록했고 영업현금흐름도 업체당 마이너스 71억원이었다. 이와 같이 매출 수익, 선급금 및 이익 잉여금의 감소에 따라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크게 악화된 데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의 순차입금 전환과 단기화 비중의 증가는 PF잔액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의 유동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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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보니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건설업의 예상 부도율은 해운(8.5%)이나 조선(5.9%)보다도 높은 9.1%를 기록하며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신규 수주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하반기에 업체들이 당면할 자금압박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시기만 잘 극복하면 다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기꺼이 서로의 어려움을 분담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건설업계가 당면한 현 상황은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할지 답답하다. 그렇다 보니 분리발주나 지역의무공동도급 확대 등의 제도 변화가 어떤 파급효과를 나타낼 것인가 보다는 자신의 일거리 확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에만 초점을 맞춰 찬반을 거론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쟁의 룰을 정하는 제도 개선이 올바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시장 정상화가 먼저다. 단기간에 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이 어렵다면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희망과 비전이라도 제시돼야 할 것이다. 건설업계가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하는 정부의 정책 제시가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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