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대지진의 악몽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네팔이 또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17일 만에 닥친 규모 7.3의 강진으로 수도 카트만두에서는 건물 붕괴를 우려한 주민 수천명이 소리를 지르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지진은 에베레스트 산과 중국 티베트 국경과 가까운 곳에서 발생했으며 진앙의 깊이는 19㎞로 얕은 편이었다. 진앙이 얕을수록 피해는 더 커진다. 지난 25일에는 15㎞ 수준이었다.
아직 피해 상황 파악이 다 이뤄지지 않았지만 네팔 내무부에 따르면 현재(한국시각 오후11시)까지 이번 추가 지진으로 최소 42명이 사망하고 최소 1,117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지진 직후 규모 5∼6에 이르는 수차례의 여진이 이어져 피해를 키웠다.
AP통신·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가족과 친지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집으로 뛰어가거나 통신망 두절로 먹통이 된 휴대폰을 붙들고 소리치는 사람들로 거리가 가득 찼다. 지난달 25일 이후 여진의 공포로 인해 집을 떠나 야외 생활을 하던 네팔 주민들은 다시 찾아온 이번 강진과 여진으로 두려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 시민은 "네팔이 이번에 완전히 파괴될 것 같다"며 고함을 질렀고 딸을 데리고 긴급 대피한 술라브 싱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정말로 죽는 줄 알았다.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이번 지진이 닥쳤다"고 말했다.
지난번 지진 이후 겨우 다시 연결된 통신뿐만 아니라 전력이 다시 끊긴 곳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네팔 경찰은 주민들에게 건물 밖으로 대피하고 전화 통화보다는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취할 것을 권고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네팔 유일의 국제공항인 카트만두 트리부반 공항도 지진 직후 몇 시간 동안 폐쇄됐다가 운영을 재개했다. 공항은 앞서 11일에도 활주로 이상으로 1시간가량 폐쇄된 바 있다.
특히 지난달 25일 강진으로 최악의 피해를 겪었던 신두팔촉에서는 이번에도 최소 1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세 차례의 큰 산사태도 일어났다. 신두팔촉 주민들은 지난달 강진으로 이미 폐허가 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이날 또 한 차례 강진이 덮치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현지에서 이재민들을 돕던 국제 구호대의 손길도 다시 바빠졌다. 유엔은 트위터를 통해 작업을 마치고 귀국을 기다리던 구호대원들이 이날 강진 후 다시 구호작업에 복귀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폴란드 국제구호센터는 귀국길에 오르려다 곧바로 현장으로 복귀했다.
또한 이날 지진은 진앙에서 1,000㎞ 떨어진 인도 뉴델리에서도 감지될 정도로 강력해 이웃 나라에서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네팔과 국경을 접한 인도 동북부 비하르주에서도 15세 이하 소녀 3명이 집이 무너져 사망했다고 주 당국이 밝혔으며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에서도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뉴델리를 비롯한 인도 북부 대부분 지역에서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뉴델리는 지진 이후 지하철 운행을 중단했다. 중국 티베트 지역에서도 1명의 중상자가 발생했으며 진앙에서 북서쪽으로 22㎞ 떨어진 중국 장무에서는 전력공급 중단, 통신 중단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