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자본 유출입 급변동' 선제 차단하기

■ 외국계銀 국내지점 수시 검사 강화<br>파생상품 잔액 100조원 넘는 14곳 대상<br>해외 실거래 국내서 회계처리 집중 점검<br>자본 유출입 규제 준수 여부도 조사키로


금융 당국이 대형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외은지점)을 겨냥해 한 손에는 돋보기를, 한 손에는 칼을 빼 들었다. 외은지점이 당국의 표적이 된 배경에는 금융위기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자본유출입 변동성 증가에 외은지점이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당국의 판단이 작용했다. 외은지점의 편법ㆍ변칙 거래가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선제적으로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외은지점에 수시 검사 강화=금융 당국이 지목한 요주의 대상은 외환ㆍ파생 거래 규모가 큰 대형 외국계은행 14곳으로 파생상품 잔액이 100조원을 웃돈다. 금감원은 이들 외은지점의 자금운용에 대해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현안이 발생하면 즉시 검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김영대 금감원 부원장보는 "대형 투자은행(IB)들이 아시아 지역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국내 외은지점의 자산 구성이 급변동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이 때문에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커지는 등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은지점이 본점이나 다른 지점에서 외화를 단기 차입해 국내 파생상품이나 국ㆍ공채 등에 투자하는 업무 행태가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각국 금융 당국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금감원의 검사 강화 방침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부당 위탁행위 등에 엄격한 제재=금감원이 외은지점에 대해 우선 살피겠다고 밝힌 부분은 '부당 위탁행위'다. 실제 거래는 해외지점에서 이뤄지지만 이를 국내지점에서 회계처리하는 행위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는 것. 금감원은 지난해 3월 HSBC 서울지점 검사와 같은 해 6월 크레디아그리콜 서울지점 검사에서 이 같은 부당위탁 행위를 적발했다. 당시 조사에서 양 은행지점이 이자율스와프나 통화스와프와 같은 장외파생상품 거래업무를 각각 홍콩지점 딜러에게 부당위탁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올해 2월에도 유럽계 대형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검사에서 원ㆍ달러 통화옵션과 FX 스팟 등 금융투자상품을 싱가포르지역본부에 부당위탁한 사실도 찾아냈다. 금감원 외은지점감독실의 한 관계자는 "HSBC와 크레디아그리콜 서울지점에 대해서는 기관경고와 임직원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며 "앞으로 더욱 정밀하게 검사해 위반사항을 발견하면 엄중히 제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럽계 대형은행 서울지점에 대해서는 현재 제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 지난해부터 실시한 외은지점 검사에서 동일인 신용공여한도 위반, 외국환거래 때 확인의무 위반, 금융실명거래 확인 및 비밀보장의무 위반, 펀드ㆍ파생 상품 등 부당 취급, 딜링업무 관련 내부통제 기준 위반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자본유출입 규제 준수 여부도 수시 검사=금감원은 외은지점의 편법ㆍ변칙 거래 여부와 선물환포지션 한도 등 자본유출입 규제를 준수했는지도 수시로 검사하기로 했다. 정기 검사에만 의존하지 않고 수시로 살펴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외은지점 수시 검사와 관련해 "필요할 경우 한국은행과 외환거래 공동검사를 확대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동검사 확대에 대해 한국은행은 마뜩잖은 반응을 나타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과 공동검사 확대에 대해 협의한 적이 없으며 확대 방침을 밝힌 외은지점감독실은 공동검사 담당부서도 아니다"라며 최근 한은과 금감원의 미묘한 기류를 드러냈다. 한편 금감원은 5월 조직개편 때 외은지점 담당조직을 팀 단위에서 별도 부서인 외은지점감독실로 격상시키고 인원을 대폭 확충했다. 국내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에서 외은지점의 비중과 영향력이 커진 데 따른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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