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사회가 느끼는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내수 진작과 투자 활성화가 절실하다는 게 공직 사회의 판단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중앙부처 공직자 3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경제가 위기 국면에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74%가 '다소 위기', 7.2%가 '매우 위기'라고 답했다. 열 명 중 여덟 명 이상이 우리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고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제 정책 최전선에 있는 기획재정부는 95%가 '매우 위기' 혹은 '다소 위기'라고 답했다. 세금이 잘 걷히지 않는다는 국세청과 각종 행사를 많이 치르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응답자 전원이 현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치적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지만 공직자들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의 55%가 평균 60~70점을 매겼다. 상대적으로 하위직 공무원의 평가가 낮았다. 고위직인 국장급(2~3급) 공무원은 절반 이상이 80~90점이라고 평했지만 6~7급은 82.3%가 70점 이하라고 답했다. 고위직이 국정 운영을 비교적 종합적으로 이해한 측면도 있겠지만 사실상 자신이나 바로 '윗선'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에 후한 점수를 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통령의 발언이 각 부처 말단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무원 직급에 따른 국정 운영 인식 차이가 불가피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경기가 언제쯤 회복되겠느냐는 질문에 '내년 하반기'로 전망한 사람이 32.6%로 가장 많았지만 '내후년 이후'라는 비관적인 답변도 29.6%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어 내년 상반기가 29%, 올 하반기가 8.8% 순으로 나타났다. 경제부처 중 기재부와 금융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상반기에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경기 회복을 위한 과제를 묻자 '내수를 진작해야 한다'는 답변이 28%(복수응답 가능)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기업투자를 유인(14.2%)'하고 '신산업을 육성(14%)'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돈 안 드는 경제혁신'이라고 강조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정작 칼자루를 쥔 공무원의 5.7% 만 경기회복 해법이라고 봤다.
부처별 해법은 제각각이었다. 기재부는 응답자의 37.5%가 '내수진작'을 첫 손가락에 꼽았고 '기업투자 유인'이 15.6%로 뒤를 이었다. 반면 금융위는 '가계부채 해소'와 '신산업 육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최경환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내수를 살린다며 추진하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 금융위의 일선 공무원이 강한 우려감을 갖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내수진작'과 '기업투자 유인'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각각 41.2%나 됐다. 미래부는 '신산업 육성'을 가장 중시했고 산업부는 '신산업 육성' '내수 진작' '기업투자 유인'이 고루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직급에 따라 시각도 달랐다. 높은 직위인 과장 및 국·실장 중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을 시급하다고 꼽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만 5~8급 중에는 1.7~7.1%가 필요하다고 봤다. 고위직 공무원은 상대적으로 '내수진작'과 '규제완화'에 중점을 뒀고 중하위직 공무원은 '신산업 육성'과 '가계부채 해소'가 시급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