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멋지지만 어디를 봐도 주변의 아파트들은 똑같습니다. 이들만 잘 꾸며놓아도 '도시 안의 또 다른 도시'라는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26일 서울 삼성동 COEX에서 개막한 '국제 도시개발 심포지엄'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프랑스 건축가 질 드 몽 마랭(57ㆍ사진)씨는 서울의 한강변 경관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이 심포지엄은 한국토지공사가 새로운 시각에서 도시개발에 접근해보자는 취지로 주최하고 문화기획사 소토, 한국도시설계학회가 기획한 행사다. 이번이 첫 서울 방문인 몽-마랭씨는 자신이 15년째 수행 중인 '파리 리브 고슈(Paris Rive Gauche)' 프로젝트의 경험을 토대로 도시개발의 바람직한 방향 등에 대해 강연한다. 파리 센강의 좌안 지역 개발 계획인 '파리 리브 고슈'는 파리에서 가장 면적이 넓으면서도 철로를 따라 창고ㆍ공장 등이 산재해 낙후된 13구역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몽 마랭씨는 "'파리 리브 고슈'는 낙후돼서 주변 도시 공간과 단절돼 있던 파리 13구역에 사무실과 공공기관ㆍ정원ㆍ도서관ㆍ대학 등을 세워 도시 공간으로 재통합하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즉 도시 안에 있으면서도 낙후돼 도시와는 유리된 공간을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이곳 개발에 주민과 환경ㆍ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적지않았다"는 그는 "여러 개의 해법을 내놓은 뒤 협상을 통해 사업 단위별로 문제를 해결했다"며 "건축가의 역할은 무엇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과 그것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좋은 해법을 찾기 위해 협상을 해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몽-마랭씨는 서울의 인상에 대해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라며 "어디서든 산을 볼 수 있고 평지뿐인 파리와 달리 언덕이 많고 다채로운 변화가 있어 잘 살리면 아주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에 대해서도 "개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어디를 봐도 풍경이 똑같다"며 "조화를 이룬다는 건 꼭 모두 똑같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