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전세계 인수합병(M&A)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기업들의 막대한 현금 보유액, 세계경기 회복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외신들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하루에만도 5건, 총 200억달러 규모의 굵직한 M&A가 성사됐다.
일본의 주류·음료 업체인 산토리홀딩스는 13일 미국 대형 위스키 업체 빔을 16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주류업계 M&A 역사상 세번째로 큰 규모로 이를 통해 산토리는 미국 주류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구글도 홈네트워크 벤처기업인 네스트랩스를 32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구글이 실시한 M&A 중 지난 2010년 모토로라 인수(125억달러)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다.
페이스북은 인터넷상에 토론의 장을 제공하는 브랜치와 포틀럭 등 2개 회사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외신에서는 1,500만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최대 국유 식품회사 코프코도 네덜란드 거대 곡물거래상인 니데라의 소수지분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연초부터 글로벌 M&A시장이 호황을 보이는 것은 연준의 테이퍼링으로 금리가 상승하기 전에 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경기전망이 밝은 것도 기업들의 M&A 의욕을 북돋우고 있다.
1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1월 현재 34개 회원국의 종합 경기선행지수(CLI)가 100.9로 2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또 기업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를 꺼려 수중에 막대한 실탄이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기업들의 현금 보유액은 4조4,000억달러에 달한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올해 M&A 활황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잭 맥도널드 미국 M&A부문장은 "지난해 M&A 거래를 위한 조건은 좋았으나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 및 연방정부 셧다운(정부 폐쇄) 우려, 유럽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 등 리스크가 있어 거래가 많이 성사되지 못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이런 불안감이 사라져 M&A시장이 호황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포브스는 주식시장 랠리로 인수대금이 올랐고 최근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점이 올 M&A시장 호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2월에도 대형 M&A가 잇따라 성사되며 기대치가 높아졌지만 결국 큰 호황은 없었다"며 "M&A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심리게임이므로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