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2월 19일]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 또 물건너 가나

정부가 올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이 또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가족부가 대책 발표를 갑자기 취소하고 공청회도 무기연기했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개선안 발표를 연기한 이유는 업계의 반발이 강한데다 최근 사회갈등을 되도록 피하려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개선안을 마련해놓고도 지난 10월 이후 발표를 거듭 연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마저 들게 된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고 건강보험의 손실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근절대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복지부가 마련한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 방안의 골자는 저가 구매 인센티브제 도입과 리베이트 수수 쌍벌죄 도입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 구매 인센티브제는 의약품을 싸게 구입하는 병원 등에 절약한 부분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줘 약값 인하를 유도하도록 돼 있다. 또 약값을 인하한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로 쓰던 자금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점진적인 접근을 통해 선진국에 비해 영세한 국내 제약사에 미칠 충격을 줄여준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처럼 단계적인 대책조차 정부가 추진을 꺼려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의 태도가 소극적이다 보니 관련 업계의 목소리는 되레 커지고 있다. '리베이트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제약업계를 죽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리베이트도 사적인 경제활동의 일부'라는 등 도를 넘은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불공정한 거래를 유지하려는 관련 업계의 태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의료산업의 선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 등으로 소비자가 직접 받은 피해액은 연간 2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제약사 총 매출액의 20%가량이 리베이트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베이트로 손쉽게 영업하는 상황에서 신약개발과 같은 R&D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낙후된 제약산업의 반정을 위해서라도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대신 R&D를 활성화하는 개선책을 추진해야 한다. 고질적인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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