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분양가와 미분양, 그리고 규제

지난달 30일 한화건설과 대림산업은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뚝섬에 세울 주상복합의 분양 승인신청을 하기 위해 최종 마감시한인 오후6시까지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였다. 그러나 두 업체가 눈치작전을 벌인 이유는 분양가를 상대방보다 더 높게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 12월 이후에 분양 승인을 신청할 경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분양가상한제는 말 그대로 분양가에 상한(上限)을 정한 것으로 건설업체는 정부가 정하는 건축비에 일정한 수준의 이익밖에 더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 이익이 줄게 된다. 이 때문에 여러 건설업체들이 조금이라도 분양가를 높게 받기 위해 지난 11월 이전에 많은 물량을 쏟아냈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11월에 분양 승인을 신청한 한화건설과 대림산업은 왜 상대방보다 분양가를 낮추려고 했을까. 고분양가가 미분양의 한 원인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국내 최고가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결국 두 업체는 입이라도 맞춘 듯 3.3㎡당 평균 분양가는 4,500만원, 펜트하우스의 최고 분양가는 5,000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분양가를 결정했다. 이는 분양가가 주변 여건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약 내부적으로 명확한 분양가 산출기준이 있었다면 다른 업체 눈치 볼 것 없이 승인신청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평균 분양가는 4,500만원, 최고 분양가는 5,00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한 것도 어떤 근거로 정해졌는지 분명하지 않다. 해당 업체의 한 관계자는 당시 “분양가상한을 각각 4,500만원, 5,000만원으로 한 것은 고분양가 논란을 어느 정도 피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외환위기 수준까지 근접하면서 건설업체들의 자금 사정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미분양 사태가 분양가상한제, 세금, 대출 제한 등의 규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정부는 분양가에 거품이 끼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건설업체의 주장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명확한 기준 없이 주변 분위기에 따라 분양가를 산정해왔던 건설업체의 관행을 돌이켜보면 정부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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