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선박 공급과잉으로 벌크선 운임이 사상 최저치 기록 경신을 이어가면서 해운업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16~17일 역대 최저수준인 471까지 떨어진 뒤 18일 477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이맘때보다 절반에 그치고 2013년과 비교하면 5분의1 토막이다. 원유나 석탄·철광석 같은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선은 세계 경기 불황으로 소비가 줄어들면서 심각한 공급과잉을 겪고 있다.
팬오션과 대한해운 등 벌크선사들은 BDI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장기운송계약 화물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하인 팬오션은 BDI 급락에 따른 악영향을 크게 받는다. 대한해운은 상대적으로 장기계약 비중이 높다. 팬오션의 한 관계자는 "운임 하락이 우려되지만 용선료와 유가도 떨어지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경제속도로 운항하는 등 원가 절감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운송계약은 고정 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요즘처럼 운임 변동성이 큰 시기에 해운사들의 실적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BDI가 계속 추락하면 새롭게 장기 계약을 맺을 때 해운사에 불리할 수 있다. 고병욱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은 "선박 과잉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다 연말부터 1·4분기까지는 건화물선 비수기"라며 "연비가 낮은 노후선을 해체하고 비용 경쟁력이 있는 신규 선박을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선주협회는 시황 부진에 대규모 부채 부담에 시달리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대형 컨테이너선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정책자금을 지원해달라며 18일 국회와 정부·채권단 등을 찾아 건의서를 전달했다. 협회는 특히 회사채 신속인수제도가 올해 종료되면 2016~2017년 만기를 맞는 채권 상환이 어려운 만큼 이 제도를 연장해 차환금액을 모두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이나 덴마크·프랑스·싱가포르 등 주요 경쟁국이 해운 위기마다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해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선주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금리가 높고 기간이 짧은데다 캠코를 통한 중소선사 지원도 장기수송계약을 맺은 중고선 등으로 제한돼 효과가 크지 않다"며 "해운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