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1일 브리핑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모습은 남들은 최신형 벤츠로 고속도로를 달릴 때 우리는 구식 삼륜차로 달리는 형국”이라며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켜 선진시장에 10년 넘게 뒤쳐 진 국내 자본시장 구조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이 급작스럽게 호소문을 발표한 까닭은 지주사 전환 문제를 지금 매듭짓지 않을 경우 또 다시 기약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이번 주 임시 국회에서 재논의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여·야가 합의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본사 소재지 명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업계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이번 임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 일정 등을 고려할 때 19대 국회에서 처리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이날 오전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을 비롯한 금융투자회사 사장단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본시장 발전 법안들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 이사장은 “이번 임시국회가 사실상 거래소 법안을 논의할 마지막 기회”라며 “지주회사 전환과 상장은 비단 거래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자본시장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400여 년간의 세계 자본시장 역사에서 거래소의 발전 없이 자본시장이 발전된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며 “특히 글로벌 자본시장의 무한경쟁 속에서 거래소가 성장엔진이 되어 활기차게 돌아가야만 자본시장의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이사장은 거래소가 공적 색채를 지우고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선진 시장에서는 거래소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한 결과 글로벌 경쟁에 가장 잘 맞는 상장 지주회사(Listed Holding Company) 형태로 구조개편을 진행했고, 사업다각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며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거래소를 ‘반관반민(半官半民)’의 공공기관으로 인식하고 글로벌 자본시장의 흐름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이사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연내 통과가 불발될 경우 지주사 전환은 기약없는 과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19대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또다시 몇 년의 세월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게 된다”며 “부산을 국제금융도시로 육성하려는 염원도 요원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 구조개편이 한국자본시장의 60년 역사에 획을 긋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와 부산의 국제금융도시 육성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쟁점 법안들이 원만히 처리되기를 바란다”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