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가장 큰 쾌거 중 하나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 프로젝트 수주다. 그러나 UAE 원전 수주 이면에 엔지니어링 산업이 든든한 버팀목이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1970년대 원전 분야 초기 진출기만 해도 우리 기업들은 선진국의 하도급 수준이었지만 기술자립도를 높여 설계부터 유지까지 전주기적 프로젝트 체제를 구축한 것이 수주를 달성한 배경이다. 엔지니어링 산업이 선진국 도약을 위한 핵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단계부터 유지ㆍ보수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것으로 산업에 지식과 기술을 접목시켜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제고하는 지식집약 서비스산업을 말한다. 소위 플랜트, SOC의'머리'라고도 불린다. 해외시장 플랜트, SOC 등 턴키 방식으로 발주되는 대형 프로젝트는 프로젝트종합관리(PMC), 개념 설계(FEED) 등 고부가가치 영역이 구매ㆍ시공 수주 경쟁력을 좌우한다. 프로젝트 전체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핵심영역도 바로 엔지니어링이다. 이로 인해 엔지니어링 산업 경쟁력 강화는 건설ㆍ플랜트 등 관련 산업의 수출 증대로 이어진다. 엔지니어링은 기술혁신을 통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선도한다. 또 기술 융복합, 그린엔지니어링으로 신성장동력산업을 견인하는 한편, 인적요소 투입 확대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엔지니어링 세계시장은 지난 2008년 기준 1,168억달러로 매년 17%씩 고성장을 지속하는 추세다. 오는 2015년까지는 약 2.5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ㆍ중남미ㆍ동남아 등 신흥시장이 SOC 및 산업설비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성장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이미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의 선진국이 78%를 선점했다. 상위 20개 업체가 해외시장의 60%를 차지하는 구조다. 이에 정부도 건설, 플랜트, 조선, 원자력 등 주력 산업을 고도화하고 녹색성장 및 신성장동력을 견인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산업을 본격 육성하기로 하고 관련 연구개발(R&D)에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4월 전문대학원 설립, 해외수주 지원센터 구축, 중소업체 밀집지역에 엔지니어링 콤플렉스 조성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엔지니어링 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오는 2020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5%(현재 0.4%), 글로벌 200대 기업 20개(현재 5개)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발전방안에는 수출입은행의 플랜트ㆍ조선 등 수출관련 대출지원 확대, 중소기업 해외프로젝트 금융지원 증가 등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국내외 발주 예정인 사업의 컨소시엄에 국내 기업이 활발히 참여하도록 하고 해상풍력발전소, 초장대 교량,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등 공공사업을 조기에 추진해 해외 대형 사업수주에 필요한 경험을 축적하는 방안도 담겨있다. 이를 통해 내수 위주, 영세한 산업구조로 아직 뒤쳐져있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엔지니어링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의 수주범위가 시공 등 저부가가치 영역에 집중돼있고, 시공영역은 중국 등 개발도상국이 빠르게 잠식하는 상황"이라며 "내실 있는 플랜트 수출을 위해 엔지니어링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