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하귀의 흑은 이대로 죽은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참고도의 흑1로 두면 패를 낼 수는 있다. 흑11까지는 절대수순이고 그때 백이 왼쪽에서 A로 단수치면 패가 난다. 그런데 백은 그 단수치기를 보류하고 12의 침투부터 서두르게 될 공산이 크다. 흑으로서는 패도 두렵지만 이 침투 역시 너무도 괴롭다. 그런 연유 때문에 조훈현은 좌하귀를 더이상 건드리지 않고 있다. 서반에 뜻밖의 횡재를 한 마샤오춘은 원래의 개성인 표독함을 잃었고 약올리기 전법도 전혀 시도하지 않고 있다. “서반에 대량 실점을 한 흑은 강수만 골라서 두게 되고 횡재를 한 백은 안전한 수만 고르게 됐습니다. 승부심의 강도만 놓고 보자면 흑이 도리어 바람직하다고 봐야 합니다. 이게 바로 바둑의 묘미지요.” 김성룡7단의 진단. 백48로는 51의 자리에 젖히는 것이 돌의 기세였다. 마샤오춘은 원래 기세를 중시하며 실리에도 퍽 민감한 사람이다. 가장 치열한 수를 구사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좌하귀에서 우세를 확보하자 긴장이 사라지고 타협과 안전 운행만 찾는 느낌이다. 그런 눈치를 챈 조훈현은 무조건 마구 밀어붙이고 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