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게 서울 신촌 대학가를 지켜온 서점 홍익문고가 재개발 구역에 포함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홍익문고 측은 서점을 계속 운영하게 해달라며 구청 등 관계기관에 탄원서 접수를 준비 중이지만, 해당 구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18일 서울시와 홍익문고 등에 따르면 서대문구청은 홍익문고 건물이 있는 서대문구 창천동 18-36번지를 비롯한 이 일대 4,0597㎡ 부지에 상업ㆍ관광숙박 시설을 건립하는 신촌 도시환경정비구역 지정 계획안에 대한 공람을 진행 중이다.
계획안이 확정되면 지금의 홍익문고 건물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최대 높이 100m, 최대 용적률 1,000% 이하의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홍익문고가 새로 지어지는 건물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약 30억원의 건물 신축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홍익문고의 재정 능력으로는 30억원에 달하는 재개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어렵게 비용을 조달한다고 해도 서점 수익으로는 대출 이자조차도 갚을 수 없기 때문에 신축이나 이전없이 현재의 건물에서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홍익문고 측의 입장이다.
홍익문고는 이런 이유로 계획 수립과정에서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서대문구청은 홍익문고를 재개발 대상구역으로 지정한 채로 공람을 진행하고 있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다면 공람 과정에서 반대 주민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지만 구청이 홍익문고 측의 반대 의견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환경정비구역안은 구청이 입안하기 때문에 이견을 받아들일지는 해당 구청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구청에서 결정한 안을 중심으로 심의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홍익문고 박세진(44) 대표는 "구청에 반대 의사를 전했지만 답변이 회의적"이라며 "확정이 안된 만큼 재개발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모든 수단을 써보겠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이달 초부터 이 일대 대학생 등 시민을 상대로 '홍익문고 재개발 구역 지정 반대'를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벌써 3천명 이상이 동참했다고 한다.
그는 조만간 서울시장과 서대문구청장, 국민신문고, 연세대 민주동문회 등에 '신촌 홍익문고 재개발 강제수용 반대 및 존치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홍익문고는 커피숍, 유흥시설 등을 위한 임대·매각 제의를 수도 없이 받아왔지만 모두 거절했다"며 "선친의 유언과 신촌의 품격 유지를 위해서라도 지금의 위치에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촌 도시환경정비구역 지정안은 23일까지의 공람 이후 구의회 의견 청취와 관계부서 협의 등을 거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온라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