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커뮤니케이션 학자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의 범주를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모든 것으로 규정했다. 그는 '철도'도 미디어로 규정했는데 이는 철도 때문에 삶의 영역이 확대되고 새로운 산업과 문화 등 인간 활동에 전에 없던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굳이 철도를 타고 공간적 이동을 하지 않더라도 가상공간을 연결하는 수많은 철도와 플랫폼을 통해 빠르고 손쉽게 삶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다. 초고속망과 정보통신기술(ICT)로 탄생한 '고속의 정보철도'는 시공의 장벽을 뛰어넘어 디지털화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급하며 아이디어와 자원이 모이는 지점마다 새로운 융합과 가능성의 꽃을 피워내고 있다.
이러한 신종의 연결은 위치적 강점과 아이디어·자원을 네트워킹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미래형 생산체제로 전환해나가고 있다. 혁신적 아이디어로 세계 도처의 자본과 인프라·마케팅 같은 필요자원이 모이는 협력적 생산(collaborative manufacturing)과 생산자가 실시간으로 소비자와 교류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유연한 창업(lean startup)은 기존의 집약적 생산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 되고 있다.
우리는 ICT가 촉발한 이 같은 변화에 앞서나가기 위한 경제저력 강화전략으로 창조경제를 표방하고 혁신을 준비해왔다. 특히 창조경제센터라는 국가 전역을 아우르는 창업지원 공간을 확보해 일련의 노력을 담아낼 물리적 준비를 마친 셈이다.
이제 고민할 일은 도처에 마련된 지원공간들이 '마음먹으면 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시설로 운영되는 데 머물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찾아가야 하는 특별한 곳으로 '창조와 창업의 마음먹기'를 촉진하는 구심점이 되도록 하는 일이다.
우리는 창조경제센터라는 '물리적 플랫폼'이 참여자나 운영자·지원자, 심지어 관전자 모두의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마인드 플랫폼'으로 정착되도록 내실 있는 운영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지원자의 지나친 성과조급증은 어렵게 마련한 지원공간이 담당지역만 다를 뿐 일률적 사업을 추진하도록 오도할 수 있다. 센터마다 참여기업의 특성과 지역의 필요가 결합돼 상생의 경쟁력이 만들어지도록 도와주고 기다려줘야 한다. 창업과 창조를 촉진하는 참여기업의 역할과 기존 산업의 ICT화와 정보보호 장착 등 경제의 ICT화를 위한 정부 역할이 조화를 이루도록 센터의 기능을 조기에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운영자인 기업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미래경쟁력의 발굴창구로서 센터의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 자사 경영은 물론 국민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그간 쓸 만한 아이디어나 인수합병(M&A) 정보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웠던가를 떠올린다면 이는 하늘이 준 상생의 기회일 것이다. 어떻게 더 좋은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내 앞으로 모이게 할 것인가는 자기 하기 나름이다. 끌려가기보다 끌고 오는 지혜가 필요하다. 유니콘이 될 명마를 찾아 매주 열리는 창업경연에 국내를 넘어 해외 창업지망자들도 몰려들면 뭐가 문제인가. 우리와 함께하는 것인데! 관전자인 국민들은 크라우드펀딩 등의 기회를 통해 경제와 가계에 보탬이 될 기회를 갖는 것도 즐거운 일일 것 같다.
기왕 철도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젊은 날 기타를 메고 올라탔던 춘천 가는 기차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때 우리는 그보다 부담 없이 아름다운 만남을 즐길 곳이 없었기에 춘천행 기차를 탔고 그 소문이 퍼져나가 춘천은 연인들의 도시로 자리하게 됐다. 이 시대 ICT 창업의 대명사격인 기업이 강원도의 창조경제 진흥을 맡았다 하니 머지않아 꿈을 향한 열정의 제안서 한 편을 태블릿 PC에 담아 춘천으로 달려가는 청춘들의 창업열차를 그려본다.
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