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자본시장통합법, 위기이자 기회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지난 15일 국회 재경위 금융소위를 통과했다. 이변이 없는 한 본회의 통과도 무난해 보인다. 이달 중 국회 처리 절차가 마무리되면 1년6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2009년부터 시행된다. 자통법은 금융업간 칸막이를 허무는 게 핵심이다. 은행ㆍ증권ㆍ보험ㆍ자산운용 등 칸막이 형태로 이뤄진 영역 규제가 사라져 ‘한국판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투자은행(IB) 탄생에 대한 기대가 크다. 국내 금융산업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거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만 보이는 건 아니다. 증권사의 지급결제시스템 참여에 따른 인프라 구축, 협회 통합, 노조 반발 등 간단하지 않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증권산업 노조는 벌써 ‘외국 자본에 무분별하게 시장을 열어줘 외국 자본의 국내시장 장악이 가능하다’며 투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걱정은 새로운 금융상품들이 허용됐을 때 전문성을 갖춘 외국계에 시장을 몽땅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선진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외국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국내시장을 잠식할 경우, 특히 중소 증권사와 지방은행은 그야말로 벼랑 끝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자통법 시행이 국내 금융업계에 기회이기보다는 위기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건 이 때문이다. 1년반의 유예기간 동안 국내 업체들이 전문인력 양성과 선진 운영 노하우를 배우는 데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까닭이다. 지난주 만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통법만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은 지나친 낙관론”이라며 “국내 금융업계는 아직 운용 노하우 등에서 선진국 금융기관의 상대가 아니다. 자통법 시행에 따른 업계의 타격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말이 국내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제대로 평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내 금융산업의 ‘내공’도 많이 쌓인 만큼 외국 금융기관에 쉽사리 안방을 내주지는 않을 성싶다. 그렇지만 국내 금융산업이 선진국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게 현주소인 건 분명하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자통법 시행은 국내 금융업계 입장에서는 기회를 활용해 한 단계 도약하느냐,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수렁에 빠지느냐는 갈림길이다. ‘한국판 골드만삭스’ 탄생 여부는 금융업계가 앞으로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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