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17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최상위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단계 하향 조정했다.이날 발표 직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한때 달러당 122.25엔까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에 민감한 반응이 일어났다.
무디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일본의 국채와 외화채권 신용등급을 「AA1」으로 한단계 낮추는 한편 향후 신용전망도 「부정적」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자금난에 시달리던 일본의 은행 및 기업들은 해외시장에서 심각한 자금 조달난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본의 신용등급이 하락한 것은 지난 81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며 선진7개국(G7) 중 캐나다·이탈리아에 이어 최고등급인 「트리플 A」에서 탈락되는 수모를 겪게 됐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대장성 장관은 이날 일본 정부의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채권이라며 신용 하락조치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무디스는 등급조정의 배경으로 『일본의 경제 및 정책 취약성으로 불확실성과 장기적인 투자위험이 높아졌다』면서 『무엇보다 정부의 악화된 재정구조와 부실한 금융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발표된 일본의 경기대책과 관련, 『지속적인 경제성장보다는 부채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라면서 『신뢰가 떨어질 경우 대규모 자본유출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들은 18일 발표할 공동성명을 통해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역할 및 자본흐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