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투자협정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스크린쿼터제(한국영화 의무상영)를 둘러싸고 정부 부처간의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한·미투자협정 자체가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다.게다가 스크린쿼터제가 한·미투자협정 체결에 있어 중요한 사안임에도 관련 부처인 외교통상부와 문화관광부는 지난 연말 이후 한번도 관련협의를 가진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책임회피라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6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문화관광부와 국내영화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서는 현행 최소 106일로 적용되고 있는 스크린쿼터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스크린쿼터제는 같은 제도를 운영중인 10여개국에 비해 의무상영일수가 지나치게 많은데다 국산영화 제작편수가 수입영화의 10%인 상태에서 연간 100일 이상의 의무상영일을 규정한 것은 과도한 보호책』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미투자협정 체결에 앞서 가진 우리나라와 미국간 1차 실무협상에서 우리측이 밝힌 스크린쿼터 축소 가능 입장에서 후퇴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따라 외교부측은 국내 영화산업에 대한 진흥정책은 보조금 지급 등 간접방식으로 바꿔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영화 분야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는 스크린쿼터제는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며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신낙균 문화부 장관은 줄곧 『스크린쿼터제는 문화적 예외조항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 문화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영화산업을 보호하고 문화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제도인만큼 최대한 현행제도를 유지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한·미투자협정이 기대한 만큼의 경제적 실익을 보장해주지는 못할 것이므로 협정 자체를 위해 국내영화계가 희생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양 부처간에 이처럼 스크린쿼터에 대한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 갈등이 상존하고 있으나 이견차를 좁히기 위한 양 부처간의 노력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각자 서로다른 목소리만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스크린쿼터와 관련, 이들 부처간 조율이 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5월로 예정된 한·미투자협정 5차 실무협상 자체도 열리기 어려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스크린쿼터는 외국영화, 특히 할리우드 영화로부터 국산영화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 극장들이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한국영화를 상영토록 하는 제도로 규정상 연간 146일이지만 극장여건과 문화관광부 장관에 의해 40일을 경감할 수 있어 실제는 106일이다. 80년대 중반이후부터 영화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은 한국의 단계적 폐지안을 거부 2001년에 전면 폐지할것을 주장하고 있다. /박민수 기자 MINS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