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을 감안해 아파트 당첨자를 가리는 청약가점제가 오는 9월17일부터 적용된다, 청약가점제는 분양기회를 차등화함으로써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우선 분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 취지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또한 청약가점제의 적용으로 앞으로 분양가상한제 실시에 따른 투기수요를 부분적으로나마 차단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문제는 분양가상한제와 함께 청약가점제가 시행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청약가점제가 실수요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주택수요를 감퇴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분양가상한제와 맞물릴 경우 주택건설 업계로서는 채산성 악화에다 수요감퇴까지 겹쳐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민간 건설사들이 주택공급을 회피하면 중장기적으로 주택공급 부족이 심화돼 주택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
건설사들이 청약가점제를 피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신규분양을 서두르는 것은 이 같은 우려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겠다. 특히 또 다른 규제에 지나지 않는 청약가점제는 집을 넓혀 가려는 유주택자나 신혼부부ㆍ독신자 등의 주택수요를 위축시키고 여기다 청약이 유리해지는 서민층의 구매력마저 변변치 않을 경우 주택시장이 침체될 우려도 없지 않다. 따라서 미완의 정책에 지나지 않는 청약가점제 적용은 한시적으로 끝나야 하며 정책의 주안점은 역시 주택공급을 늘리는 데 두어야 마땅할 것이다.
아울러 청약가점제를 시행하더라도 당장 보완해야 할 허점 역시 없지 않다. 가난한 유주택자가 부유한 전세거주자보다 불리한 것은 분명한 제도의 맹점이며 무주택으로 인정 받는 소형ㆍ저가 1주택 보유자의 기준도 너무 엄격하다고 판단된다. 수도권에 공시가격 5,000만원 이하의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한 사람은 2%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미 마련한 청약가점제를 절대 변경할 수 없는 금과옥조로 여길 것이 아니라 시행과정을 면밀히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추첨제의 비중을 더 늘리거나 저가주택 보유자의 기준을 높이는 등 융통성 있는 제도 운영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