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이신우 칼럼] 기업인 정치참여

기업경영 핵심은 생산성 극대화… 정치의 공공성 추구와 성격 달라

기업인의 정치 참여 어려운 이유


2015년 말 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 흐름 속에서 한 특이한 현상이 대중의 집중적인 관심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어느 기업이라고 경영 사정이 어렵지 않겠는가마는 두산인프라코어가 갓 입사한 20대 신입 사원까지 감원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너무 심하지 않았느냐는 언론과 사회의 질책이 쏟아진 것이다.

물론 두산인프라코어가 기업에 앞서 사회 조직의 일원으로 좀 더 깊이 생각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이런 비난들 가운데는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의 창출에 있다는 점이다. 그럼으로써 공동체에 더 많은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기업에 주어진 본연의 역할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업의 끊임없는 생산성 향상과 효율의 극대화다. 생산성이야말로 기업경영의 알파요 오메가인 셈이다. 아무리 20대 사회 초년병이라 하더라도 생산성이 임금 수준에 현저하게 미치지 못한다면 엄연히 경영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기업 경영인의 합리적 판단은 이런 효율 저해 요인을 배제하도록 요구한다.

반면 현대 민주주의 정체(政體)가 거시적 통합 차원에서 사회 탈락자를 끌어안기 위한 복지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 행위다. 기업경영과 국가 운영은 이처럼 서로의 영역을 달리한다.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감원 사건에 대한 사회적 논란에서는 이를 혼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정치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치는 공공성(公共性)을, 기업경영은 효율을 제1 가치로 취급한다. 동일인이면서도 어느 한쪽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이 다른 한쪽에서는 의외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두 분야에서 추구하는 가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기업에서 탁월한 실적을 올린 CEO 출신들이 공공 분야를 다루는 정치인으로 변신한 후 가장 곤혹스럽게 여기는 것이 바로 사람을 다루는 부분이다. 기업에 있을 때는 휘하 조직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경영 이념을 실현하도록 강하게 몰아붙일 수가 있다. 속된 표현을 쓰자면 '까라면 까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공무원 사회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 공무원은 엄연히 법으로 신분을 보호받기 때문이다. 인사라는 칼이 있다지만 해고로까지 연결되지는 않는다. 저승사자나 다름없는 정적(政敵)들이나 매스컴의 존재 또한 기업 경영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복병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민심이다. 공공 분야에서는 기업경영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여론이라는 무서운 상대가 출현하게 마련이다. 효율만을 추구했다가는 공공성을 무시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고 곧바로 '반(反)민주'라는 낙인이 찍혀버린다. 이렇게 되면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은 끝장일 수밖에 없다.

효율이 낮은 공공 부문을 개혁하기 위해 이따금 기업경영 능력이 탁월한 CEO들이 초빙되지만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물러서는 예가 많은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석유회사 BP의 전 CEO인 로드 브라운을 발탁해 정부조직 개혁에 기업정신을 불어넣어 달라고 부탁했으나 그동안 얼마나 성과를 올렸는지 여전히 성공 사례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삼성의 유능한 경영인 출신인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에게 공무원 사회의 개혁을 맡기고 있다. 하지만 혁신처장과 관련해 여태껏 기억에 남는 것은 그가 어느 공무원 대상 특강 직후 "내 강연 도중 엎드려 잔 여자 교육생을 색출해내라"고 지시했다는 신문 기사뿐이다.

얼마 전 페로니즘으로 나라가 절단 나고 만 아르헨티나의 대선에서 기업인 출신 마우리시오 마크리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마크리 대통령은 내각도 완전히 기업형으로 꾸몄다고 한다.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알폰소 프라트가이 재무장관은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 임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을 정도다.

과연 이들이 아르헨티나의 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까. 불행히도 국가 운영은 기업경영과 또 다른 문제다. 공공 부문은 생산성과 효율만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올해와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정치의 계절이라 할 수 있다. 나름대로 성공을 일궈냈다고 자부하는 많은 CEO 출신들이 지금쯤 국가의 나아가는 모습과 방향에 절망과 답답함을 느낀 나머지 정계진출에의 꿈을 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기업경영의 효율 극대화에 성공했다고 해서 정치적 지지로 연결된다는 법은 없다. 기업인의 정계 진출이 조심스러워야 할 이유다.

/이신우 논설실장 shinwoo@sed.co.kr


관련기사



이신우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