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盧대통령의 감동과 캄보디아의 현실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지난 97년 외교관계 재개 이후 우리 국가 원수로는 처음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 프놈펜 공항과 시내 거리는 무려 10만명에 이르는 환영 인파로 붐볐다. 현지인은 외국 국가 원수에 대해 이처럼 엄청난 인파가 ‘동원’된 적은 없었다고 귀띔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35개국에 이르는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동행해온 한 인사는 “이런 광경은 처음 보는 일”이라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감동한 탓일까. 노 대통령은 다음날 국왕을 대행 중인 체아 심 상원의장과 훈 센 총리에게 연신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하지만 이런 기운은 시내 거리를 돌아보면서 조금씩 사라졌다. 거리를 메운 자동차들은 일본 도요타가 태반이었고, 세계 가는 곳마다 흔히 볼 수 있는 한국산 자동차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었다. 현지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한 한국인은 “‘과시’하기를 좋아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은 집은 없더라도 좋은 차를 타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한국 자동차업체 한 곳이 이곳에 들어와 있지만 부품조달 등의 문제로 맥을 못 춘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세계 곳곳에 즐비한 우리 기업들의 입간판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이런 모습은 20일 경제인 오찬 간담회에서도 이어졌다. 간담회에 많은 한국 기업인들이 자리를 같이했지만 대통령 순방 때마다 바늘처럼 따라다니곤 했던 경제5단체장은 한 명도 없었고 굵직한 기업인도 찾기 힘들었다. 노 대통령은 오찬 연설에서 “캄보디아 경제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며 “캄보디아의 성공이 한국의 성공이 되도록 하자”고 역설했지만, 일본의 물결에 휩싸여 있는 캄보디아 거리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대통령의 목소리는 힘을 잃은 듯했다.
물론 캄보디아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이 448달러에 불과할 만큼 미약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말했듯 캄보디아 경제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지금 ‘미약하지만 의미있는’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곳은 일본이고 여기에 한국은 없다. 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 우리 기업들에 미래 시장을 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입력시간 : 2006/11/21 1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