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10년째 회사를 다니면서 모은 돈으로 내집마련의 꿈에 부풀었는데 최근 대우사태라는 복병 때문에 식욕이 떨어졌다.그는 오는 11월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지난 5월부터 중도금의 일부인 5,000만원을 가지고 주식투자를 해왔다. 은행이자보다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솔깃한 말에 주식에 투자한 것이다.
그는 포트폴리오를 직접투자 2,000만원, 간접투자 3,000만원으로 구성했다. 간접투자는 아파트 입주시기를 고려해 공사채형 수익증권 6개월 상품에 가입했다. 제시수익률이 8% 정도 되는데 실제 운용수익률은 9%대에 이를 것이라는 증권사 직원의 말을 믿고 투자했다.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가, 주식형보다는 채권형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생각에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투자비중을 높인 것이다.
그는 대우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직접투자에서 30% 정도 수익률을 올렸다. 무려 600만원의 투자수익을 올린 셈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8월들어 대우사태가 터지면서 그동안 올린 투자수익을 고스란히 내뱉었다. 그는 일단 보유하고 있던 주식 중 핵심우량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처분했다. 그래도 대세상승이라는 미련 때문에 핵심우량주를 처분하지 않은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원금을 까먹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의 고민은 수익증권 투자 때문이다. A씨가 투자한 상품에 대우 무보증채권 편입비율이 무려 30%가 넘었던 것이다. 그는 일단 정부를 믿고 대우채권을 제외한 나머지를 환매했다.
그는 현금으로 확보한 돈 중 2,000만원을 은행예금으로 돌렸다. 그래도 은행이 안전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식을 매각한 1,000만원은 주식예탁계좌에 그대로 두었다.
이 돈마저 뺄 것인가를 결정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대우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고 수익증권 환매문제가 진정되면 주식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아파트 중도금이기 때문에 최대한 안전하게 굴려야 한다는 생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A씨의 경우처럼 그동안 증시에 몰린 돈이 대우사태라는 암초에 부딪치면서 부동화되고 있다.
고객예탁금이 지난 3일 11조3,429억원에서 18일 현재 10조353억원으로 1조3,076억원이나 감소했다.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경우 정부의 환매규제에도 불구, 이달들어 18일 현재 13조6,143억원이나 환매됐다. 앞으로도 얼마가 더 빠져나갈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은행 실세형 예금은 이달들어 6조원 이상 늘어났다.
주가하락과 대우사태 등으로 고객예탁금과 공사채형 수익증권 환매자금 중 일부가 은행권으로 유입된 것이다. 일부는 부동산 등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추정되고 일부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부동화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고 증시자금이 소문처럼 급격히 빠져나가며 부동화되고 있지는 않다. 공사채형 펀드를 제외하고는 약간의 이탈조짐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위탁계좌수가 이달들어 19일 현재까지 16만9,195계좌, 활동계좌는 16만8,999계좌가 각각 늘어났다. 주식형 수익증권이 이달들어 18일 현재 1조4,485억원 증가하고 우려했던 MMF의 자금이탈도 크지 않은 것이 이를 반증한다.
문제는 대우사태로 인한 현재의 상황에서 국내외 투자자 등이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와 대우채권 환매 파장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추이이다. 이들 요인이 개선되지 않고 지지부진하거나 악화할 경우 투신 수익증권의 환매파동이 일어날 것임은 물론 증시자금 유출이 가속화하면서 증시침체와 함께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실물경제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증권전문가들은 현재 대우사태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으로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세상승기조는 변함이 없는 만큼 부동자금이 다시 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경신(金鏡信) 대유리젠트증권 이사는 『최근 증시자금이 부동화하면서 일부가 은행권으로 유입되고 있으나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면서 『증권시장이 상대적으로 위험하지만 은행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시중 부동자금을 다시 흡인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되고 있고 경기회복과 엔고 등으로 주식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대상이라는 지적이다.
이정배기자LJB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