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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엔진(New engine) 인 로펌
경기침체와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부른다. 법무법인(로펌)도 마찬가지다. 로펌들마다 핀테크, 정보보안, 헬스케어 등 신사업 진출과 함께 조직 신설 및 융합을 통해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 마련에 한창이다. 로펌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조직(팀)을 찾아 소개한다.
<1>법인 율촌 금융기관-규제팀
금융회사 제재 결정 잇따라 무혐의 처분 이끌어
글로벌 IB·금융당국 경력 가진 전문가 대거 영입
신상품 설계에서 규제 대응까지 선제적 서비스
로펌업계 “금융 법무 분야 지각변동” 평가
지난해 12월 N은행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N은행이 2013년 10월 STX에 STX팬오션 주식 3,700만주를 팔도록 요구한 것을 두고 금융감독원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혐의를 적용해 중징계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N은행에서 팬오션의 감자 정보를 미리 알고 손실을 피하기 위해 STX를 조종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N은행은 STX의 주요 채권은행이었다.
하지만 징계는 제재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뒤집혔다. 증선위가 “N은행의 소명에 일리가 있다”며 무혐의 처리한 것이다. 이때 N은행을 대리했던 법무법인 율촌의 금융기관-규제팀은 팬오션 감자 정보는 STX가 주식 매각을 결정할 당시엔 시장에서 기정사실로 여겨져 미공개 정보로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강조해 무혐의 결정을 이끌어냈다.
금융기관-규제팀은 N은행뿐 아니라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증선위나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제재 안건에 오른 사안을 5건이나 무혐의 결정을 받아냈다. 금융당국 심의 안건에 오른 사안들은 종종 제재 수준이 낮아지긴 하지만 무혐의로 결정 나는 건 매우 드물기 때문에 율촌의 성과는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율촌은 전통적으로 조세와 공정거래 분야에서 국내 최고 경쟁력을 갖춘 로펌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금융 분야도 ‘간판 법무 분야’로 키운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 금융기관-규제팀을 발족했다. 기존 금융일반팀과 규제팀을 통합해 확대 개편한 것이다.
율촌은 팀 인력부터 대폭 강화했다. 변호사뿐만 아니라 국내외 굴지의 금융회사와 공공금융기관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영국 유명 로펌인 애셔스트(ashurst) 등 해외 로펌을 비롯해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 워버그 등에서 일했던 허범 변호사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중간관리자를 거쳐 김앤장법률사무소에 경력을 쌓은 임범상·홍명종 변호사 등이 대표적이다. 대형 로펌이라 해도 파트너급 변호사 3명을 동시에 영입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이들의 영입은 그 자체만으로 법조계의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권혁세 전 금감원장, 김광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 문재우 전 손해보험협회장 등 굵직굵직한 인사들도 고문으로 영입했다. 새로 율촌에 합류한 임정준 고문은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서 15년 이상 활동한 이력을 자랑한다. 이러한 의욕적인 영입 작업 덕분에 금융기관-규제팀의 인원은 현재 변호사만 25명, 고문까지 합하면 40명에 이른다.
금융기관-규제팀은 기본적으로는 규제 관련 업무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기관-규제팀장을 맡고 있는 허범 변호사는 “오늘날 금융산업은 설립, 인수합병 등 각종 인허가, 금융당국 검사·제재 등은 물론이고 신규 상품 개발·승인 등에서도 규제를 떠나서 업무를 진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융기관-규제팀은 금융당국의 규제·제재에 따른 대응과 대안을 제시하고 향후 예상되는 규제나 글로벌 금융규제에 대한 준비까지 제시해 주고 있어 금융기관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금융기관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처 방안을 제시하고 예상치 못한 법적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사 역할까지 자처한다는 얘기다. 금융분야 법적 분쟁과 조세 문제 등 특수한 영역을 제외한 업무 전반에 대한 금융기관의 ‘주치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통합이라는 대형 프로젝트의 자문을 맡아 성공적으로 사업을 마무리 지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융기관-규제팀은 최근 미국의 글로벌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와 국내 대형 증권사 사이에 6년을 끈 분쟁도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리먼의 다수 파생상품에 투자했던 A사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자 당시 맺었던 스와프 계약에 따라 200억여원의 조기 정산금을 지급하라”는 리먼의 요구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 이 사건을 맡은 율촌은 리먼 측이 조기 정산금 지급의 근거로 제시했던 ‘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 등이 금융거래 실무를 외면한 채 턱없이 높게 계산했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정산금 규모를 60억원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금융기관-규제팀은 고객의 요청 사항을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 고객이 ‘필요로 할 만한 서비스’에 대해서도 능동적으로 제공한다. 특히 은행원 등으로 활동한 변호사들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기관이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데도 적극 관여하고 있다. 해외의 최신 금융기법을 적용한 원화상품 개발을 제안하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중국 위안화 상품의 설계에 관여하는 식이다.
금융기관-규제팀의 규제에 특화된 법무서비스와 고객 수요를 ‘창출’하는 접근 방식은 ‘금융 법무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시장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윤세리 율촌 대표변호사는 “미국의 금융규제인 볼커-룰 대응 프로젝트나 금융당국 제재 대응 등에 있어선 율촌의 법무 서비스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응을 받고 있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금융은 율촌’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금융기관-규제팀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