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여의도 증권가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은 단연 이종우(46ㆍ사진)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이었다. 지난 연말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으로는 유일하게 “연초 코스피 지수가 1,500선까지 밀릴 수 있다”며 내놓은 비관적 전망이 한 달만에 그대로 맞아 떨어진 것. 투자자들은 이 센터장의 분석이 현실화하자 경악했다. 이제 투자자들은 다음 전망을 밝힐 그의 입으로 눈길이 고정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 사흘 연속 상승행진을 펼친 지난 25일 이 센터장은 “충분히 예상됐던 기술적 반등일 뿐”이라며 여전히 보수적 시각을 놓지 않았다. “단기간 내 1,800선까지 반등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다시 한번 위기가 불거지고 투심이 냉각된다면 장중 1,500대가 아닌 종가 1,500대로까지 밀릴 수 있습니다.” 그는 현재 증시에 ‘시간이 지나면 오르겠지’라는 막연한 낙관론이 퍼지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특히 초고속 성장이 지속되는 중국에 대해 “비정상적인 환상을 너무 많이 갖고 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우리가 과거에 겪었듯이 크게 오른 만큼 떨어질 땐 끝없이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세계 경제권을 생산블록과 소비블록으로 나눴을 때 지금의 문제는 구미 선진국으로 대표되는 소비블록의 소비력 자체가 붕괴된 것”이라며 “제품을 팔 데가 없는데 생산블록이라고 마냥 무사할 순 없다”고 말한다. 올림픽, 엑스포 등으로 중국의 내수소비가 커져 초고속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데 대해선 아예 “정신나간 분석”이라는 독설로 일갈했다. 현 중국의 소비력이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의 8%에 불과한 상황에서 20~30년 후라면 몰라도 단기간내 컨슈머 사이즈가 커진다는 건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는 “이머징 마켓은 수익률도 높은 만큼 리스크도 큰데, 지금 우리는 리스크는 외면하고 기대감만 부풀리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중국관련주에 대해서도 이 센터장은 “이젠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소 2010년까지 지금 수준의 이익을 낼 것이란 시장 전망에 대해 그는 “그건 이미 지난해 주가에 다 반영을 마쳤다”며 “2010년에 실제로 그만한 수익을 달성해 주가수익비율(PER)이 3~4배까지 내려간다 해도 주가가 오르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예상했다. 80년대 후반 증권주가 그랬고 90년대 저PER주, 2000년대 정보기술(IT)주가 그랬듯 처음 시장에 등장하는 프리미엄이 강한 것이지 그 이후는 정말 강력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고선 주가는 쉽게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단기적으로는 은행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일부 시중은행에서 보장하는 연 7%대 금리는 10년에 한 번 찾아오기 힘든 기회라는 것이다. 그는 “이미 약세장으로 들어선 주식시장에서 그만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지 회의감이 든다”며 “정말 장기적으로 보지 않을 거면 올해 주식시장에 섣불리 뛰어드는 건 위험천만하다”고 말했다. 올해로 주식밥을 먹은지 19년째지만 이 센터장은 요즘처럼 ‘주식은 만인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라는 격언을 실감할 때가 없다. 8개월만에 지수가 4배 오르는 것도, 1년만에 반토막 나는 것도 경험했지만 펀드 대중화 등으로 모두가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시대가 온 만큼 일반인들의 체감 수준은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이젠 운용사와 판매사 모두 상품을 어떻게 팔 것인가만 고민하지 말고 투자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어떻게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 이종우 센터장은
북핵위기때는 긍정론 소신… "내 강점은 경험뿐"
지난해 말 이종우 센터장이 처음 약세론을 들고 나왔을 때, 증권업계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지난 3~4년간 여의도에서 가장 강하게 추세상승을 외친 대표적인 낙관론자가 그였던 탓이다. 2006년 북핵 위기 당시 지금처럼 국내 증시가 '패닉'으로 치달으며 모두가 주식을 내던질 때도 "주가급락은 금방 회복될 것"이라며 강세론을 굽히지 않았었다. 이 센터장은 자신이 가진 강점은 딱 하나, '경험'뿐이라고 말한다. 증권업계 생활 19년을 온전히 마켓 스트래티지스트로만 활약해 왔다. 시골에서 소판 돈이 주식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도, 금융실명제로 전 종목이 하한가로 추락하는 것도, IMF 외환위기로 나라가 부도날 뻔 했던 것 모두 몸소 체험한 경험이다. 그는 "순간순간 볼 때는 소수자였을지 몰라도 큰 그림을 보면 언제나 대세 속에 있었다"고 말한다. 이 센터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스포츠 매니아. 수영 5km는 기본이고 마라톤에 빠졌을 땐 1년에 풀코스 2회는 어김없이 뛰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여전히 산에선 '날아다닌다'. 그러나 골프 핸디 수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올해 목표는 3ㆍ4분기에 80타 중반이다. ■ 이종우 센터장 약력 ▦62년 서울생 ▦89년 연세대 경제학과 ▦89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93년 대우투자자문 국내펀드운용팀 펀드매니저 ▦98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2002년 미래에셋증권 운용전략실장 ▦2003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2007년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