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인기를 모았던 미국의 의학 드라마 '하우스'를 보면 중금속 중독으로 죽어가는 환자가 나온다. 의료진은 각종 분석방법을 동원해 약품이나 식생활등 중금속중독을 일으킨 원인을 찾지만 오리무중. 부인이 남편을 독살하기 위해 어떤 묘수를 썼다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어떤 중금속에 중독됐는지는 파악되지 않는 것. 그러던 중 중금속 중독의 원인이 금이온인 것으로 드러난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부인이 금이온이 들어 있는 관절염치료제를 의사가 처방한 것보다 많은 양을 장기간 복용시킴으로써 중금속 중독이 발생한 것이다. 현재 금이온을 사용하는 관절염 치료제는 많지 않지만 일부 약품의 경우 여전히 금 이온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중금속 중독의 원인을 밝혀내거나 이를 치료하는 방법은 화학으로만 가능하다. 체내와 혈액 속에 남아있는 중금속 성분을 특수시약으로 찾아내고 이중 금속과 잘 결합하는 물질을 이용해 체내에서 중금속 성분을 뽑아내는 것이다. /자료제공=한국화학연구원 현대 과학은 한 방울의 혈액으로 각종 질병을 알아내고 식수나 음식물 속에 몇 마리의 대장균이 존재하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질오염이나 식중독 발생을 차단할 수 있다. 이 같은 일은 화학, 그 중에서도 분석화학의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분석화학이란 물질을 분석하는 기술이나 이론 등을 연구하는 것으로 화학의 여러 분야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분석화학을 이용하면 인체를 위협하는 각종 독성물질을 찾아내거나 혈액을 통해 에이즈(AIDS)·암·당뇨병을 진단할수있다. 또한 야채 속에 숨겨진 잔류 농약을 찾아내고 각종 육류 속의 항생제도 잡아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은 모두 실험실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현장에서 분석을 위한 시료를 채취한 후 실험실로 가져와 약 24시간 내외의 배양기간과 이런저런 분석과정을 거쳐 오염 여부를 알아내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 한국화학연구원 융합바이오기술연구센터는 최근 현장에서 20분 안에 대장균의 양을 파악할 수 있는 대장균 나노-바이오센서의 개발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바이오센서는 질병을 빠르게 찾아내는 데 활용된다.의료 분야에서의 활용도가 높다는 것. 화학 분야에서는 독성물질·대장균·잔류농약·항생제 등을 찾아 내는 데 이용된다.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에서 과일을 판매할 때 당도측정기를 비치해 두고 소비자가 직접 당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하지만 바이오센서와 나노기술을 접목한 나노-바이오센서의 기능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현재 상용화된 바이오센서는 특정 단백질이나 미생물에 반응하는 형광물질을 이용, 변화되는 색깔을 감지해 내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대장균의 유무를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양을 알아내는 것은 어렵다. 반면 나노-바이오센서는 나노소재를 이용함으로써 감지되는 감도를 높일 수 있다. 화학연구원 융합바이오기술연구센터가 개발하고 있는 대장균 나노-바이오센서는 먹는 물을 기준으로 100㎖에 단 1마리의 대장균만 존재해도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정밀도를 갖도록 만들어질 예정이다. 통상 2~4마이크로미터(1㎛ = 100만분의 1m) 크기의 대장균을 찾아내기에 100㎖의 물은 엄청난 양이다. 이는 가로 10m, 세로 100m, 그리고 깊이 10m의 거대한 수영장에서 좁쌀 한 톨을 찾아내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물론 몇 마리의 대장균을 확인하기 위해 대장균 나노-바이오센서를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화학연구원 융합바이오기술연구센터의 이정오 박사는"궁극적으로는 야채에 어느 정도의 농약이, 그리고 육류 속에는 어느 정도의 항생제가 남아 있는지 간단하고 신속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식품업체와정수기업체가 대장균 나노-바이오센서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있다. 식품업체는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대한 전수검사 용도로, 정수기업체는 이를 정수기에 장착해 대장균의 양을 항상 표시해 주는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나노-바이오센서의 응용영역은 넓다. 무엇을 분자인식 소자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감지할 수 있는 미생물의 종류가 많다는 것. 하나의 나노-바이오센서 위에 각각 다른 물질을 감지하는 소자를 밀집시키면 여러 종류의 물질을 감지하는 다중 나노-바이오센서 개발도 가능하다. 이 박사는 "대장균 같은 미생물뿐만 아니라 조류독감 같은 바이러스, 암 진단마커 등으로 연구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