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하반기 첫 시행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시행된 지 2년가량 흐르면서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이 떠난 자리를 외국계 업체가 독식하고 또 다른 독과점 업체가 등장하는 등 중소기업 보호라는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부작용은 ▦중견ㆍ전문기업 규제 ▦특정 중소기업 독과점 확대 ▦외국계 기업 시장 잠식 ▦양질의 일자리 감소 ▦소비자 후생 감소 등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분야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김치, 자동차전문 수리업 등 총 100품목에 이르고 있다"며 "이들 분야에서 다섯 가지 부작용이 고착화돼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가장 큰 부작용은 외국계 기업의 시장 잠식이다. 재생타이어가 그중 하나. 국내 재생타이어 시장 규모는 약 50만~60만본으로 국내 대기업들은 생산 규모를 줄이면서 현재 1개 회사당 4만~6만본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반면 미쉐린ㆍ브리지스톤 등 외국계 기업이 10% 이상을 자치하며 국내 중소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들 외국계 기업이 국내 최대 업체로 부상할 경우 중소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타이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생타이어시장은 중소기업과 외국계 기업과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며 "결국 시간이 지나면 외국계 기업이 우리 시장을 크게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대기업 진출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LED 조명은 이미 외국 기업의 독무대가 돼가고 있다. 이 밖에 외식업종 등 여러 분야에서 외국 기업과 국내 대기업 간 역차별이 불거지고 있는 상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특정 중소기업 독과점 확대로 연결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세탁비누가 그 한 예다. 사업철수 권고를 받은 대기업 L사는 현재 시장 점유율이 4%에 불과하다. 반면 중소기업인 M사가 전체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면서 독과점화돼가고 있다. 실제로 AC닐슨 조사에 의하면 국내 세탁비누 시장은 약 300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M사가 47.8%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중견ㆍ전문기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로 인해 피해 보는 사례도 현실화되고 있다. 30년간 두부 사업으로 중소기업에서 출발했던 P사는 대기업으로 분류되면서 두부 사업 일부를 철수한 상태다.
1946년 설립돼 장류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S사도 비슷한 사례. 이 회사는 2010년 중견기업으로 진입하면서 매출의 63%가량을 차지하는 장류에서 만들어냈다. 하지만 장류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추가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덧붙여 커피문화를 선도한 D사는 원두커피가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당초 계획한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보류하는 등 중견ㆍ전문기업이 피해를 받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와 소비자 후생 감소도 폐해 사례 중 하나다. 음식점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A사는 올해 2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었다. 지난해에는 180명을 채용했던 이 회사는 올해 200명 신규 채용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제과회사인 S사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 회사는 한 달 평균 40~50개의 점포를 새로 내왔으나 지난 2월 중기적합 업종 지정 이후 3개로 줄었다. 이에 따라 S사는 매년 하반기에 50~60명의 공채를 실시해오다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대ㆍ중견 기업의 진출 제한은 소비자 후생 감소로도 연결되고 있다. 제품 선택권 축소, AS 등 서비스 하락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 9월 정기국회에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가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재계는 법제화시 여러 부작용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법제화는 국제 규범과 상충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정책의 실효성과 경제적 효율성 등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의 시스템은 제도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산업에 대한 실증적 검토를 거쳐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