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설립에 시큰둥했던 일본 정부가 태도를 바꿔 본격적으로 국부펀드 조성 움직임을 재개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국영은행인 국제협력은행(JBIC)이 보유한 1조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 일부를 펀드형태로 운영해 일본 기업들이 기업인수나 해외 투자에 나설 시 지원하기로 했다. 이어 ‘신흥국 투자 기업 지원’업무를 맡아온 JBIC에 선진국 투자 기업까지 지원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년쯤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JBIC 역할을 확대해 사실상 국부펀드로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국부펀드 조성을 위한 움직임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됐다. 일본정부는 지난 10월 JBIC가 일본 기업의 M&A나 해외 인프라 관련 투자를 위한 대출을 제공할 때 외환보유액에서 1조 5,000억엔의 신용한도를 설정해 줬다. 12월에는 3,000억엔에 이르는 NTT도코모 주식 매각 수익금 중 최대 3분의 2를 JBIC 대출 프로그램에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WSJ는 “이 같은 일련의 정책들은 JBIC의 역할 확대를 통한 국부펀드 창설 움직임으로 보면 된다” 며 “국부펀드는 2011년 일본 정계의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문은 특히 일본이 만성 디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데다 지난 해 중국에 세계 경제대국 2위 자리를 내주면서 일본 내 국부펀드 설립 움직임이 어느 때 보다도 활발하다고 전했다. 그 동안 일본 재무성은 국부펀드 등 정부자산을 이용한 투자는 너무 위험하다며 국부펀드 설립에 매번 퇴짜를 놓았다. 보수적인 일본 정치권도 “국부펀드가 조성될 경우 위험 투자가 늘어나 외환보유고 관리에 어려움이 크다”며 난색을 표해왔다. 이에 따라 일본은 미 국채 등 안전자산에 주로 투자해 왔다. 노무라증권의 폴 셰어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 국부펀드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서고 있다”면서 “국부펀드 설립 여부는 정치권의 의지에 따라 결정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