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브라질ㆍ중국 등 신흥시장 증시가 미국보다 상승 여력이 더 크다.”
밥 돌 블랙록자산운용 글로벌 주식 부문 총책임자(부회장)는 20일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올해 말에 1,000선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은 이보다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돌 부회장은 글로벌 증시 중에서는 이머징국가가 선진 국가보다 좋고 특히 브라질과 중국, 그리고 대만과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회사채와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비중 확대를 권했다. 돌 부회장은 “올해는 평균 분할 매수, 즉 달러 코스트 에버리지(dollar cost average) 전략을 통해 위험자산을 사들일 시기”라며 “안전 자산인 현금ㆍ국채보다는 회사채와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증시의 대세상승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선행지수나 심리지표 외에 실물지표 호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조정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가 진단하는 현재 경기상황은 “매우 나쁘다(very bad)”에서 “덜 나쁜(less bad)” 상태로 한 단계 진전됐다. 그는 ”재고감소, 소비자신뢰지수, 기업경기 체감지수 등 실물 부문도 개선됐고 금융시스템도 정상화돼가는 과정”이라며 “실물경기는 이미 저점을 지났으며 경기순환 흐름에 따라 올해 말과 내년 초에는 좀 더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더블딥 우려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적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경우 오토론, 신용카드, 상업용 부동산 부실문제가 걱정거리지만 (더 큰 문제였던) 주거용 부동산과 투자은행 문제가 해결되고 있기 때문에 큰 위험에서는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8년간 지속된 이례적인 호황은 다시 오기 힘들지만 앞으로 5년간 전세계 경제가 연평균 3~3.5% 정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돌 부회장은 씨티그룹 애널리스트, 오펜하이머펀드 최고투자책임자, 메릴린치 투자신탁 사장 등을 역임한 유명 펀드매너저다. 블랙록자산운용은 1조3,0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 운용사로 최근 베어스턴스ㆍAGIㆍ씨티그룹 구조조정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자문사 역할을 맡으면서 월스트리트 내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